충주 가수 '서향', 7년 준비 끝에 첫 앨범 발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사람들은 통상적이지 않은 타인들의 삶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눈초리로 보낸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편견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기만족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자기만족이야 말로 가장 이기적이면서도 최고로 현명한 삶일지도 모른다.

충주에 사는 가수 서향(瑞香·53·본명 안계남) 씨는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준비한 끝에 최근 '철면피사랑'이라는 타이틀곡으로 첫 번째 앨범을 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인 서향 씨는 원래 학창시절부터 정치가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사회를 앞장서 변화시키는 정치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서울에서 학원강사로 14년 근무하던 중 부친이 폐암선고를 받아 충주에 내려와 병간호에 나섰고 웅진코웨이에 입사해 1개월 만에 전국 판매왕이 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두 번이나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낙선했다. 정치가로서의 꿈을 접은 그는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연예봉사단인 '파랑새봉사단'을 조직했다.

노래실력을 타고난 그는 학창시절부터 학교 행사 때면 많은 학생들 앞에 나가 노래솜씨를 뽐내곤 했다.

지난 1985년에는 KBS전국노래자랑 중원군편에 출연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임종수 작곡가가 그에게 가수가 될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정치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중히 사양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가수로서의 길을 간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러나 그의 가슴 한켠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연예봉사단인 '파랑새봉사단'을 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랑새봉사단'은 노래와 춤, 악기연주 등 다양한 장기를 가진 단원들이 소외계층을 찾아가 공연으로 힘든 삶을 위로해 주고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단체다. 단원은 학생과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파랑새봉사단'은 지금까지 11년 간 노인병원이나 양로원,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수백여 회의 공연을 실시했다.

또 거동인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수발을 들거나 목욕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파랑새봉사단'은 지금까지 7회의 파랑새음악회를 개최해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음악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도 봉사활동을 위해 사용했다.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파랑새봉사단은 최근 서향 씨가 몸이 다쳐 한동안 병원신세를 진데다, 음반작업 준비로 다소 소홀해지면서 조직이 크게 축소됐다. 건강을 되찾은 그는 다시 조직을 추스리고 봉사활동 폭도 넓혀나갈 계획이다. 그가 파랑새봉사단을 통해 연예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윤창노 충주시노인전문병원 원장의 격려와 영향이 큰 힘이 됐다.

그의 노래실력에 감탄한 윤 원장이 그에게 노래를 통한 봉사활동을 권유했고 자연스레 윤 원장이 근무하는 노인병원을 시작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 군대시절 문선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에 조애가 깊었던 윤 원장은 특히 그에게 직접 노래를 작사작곡까지 해주면서 가수활동을 겸할 것을 권유했다. '서향'이라는 예명을 지어준 것도 윤 원장이다.

이번에 낸 앨범의 타이틀곡인 '철면피사랑'도 윤 원장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다. '철면피사랑'은 요즘의 세태를 사랑에 비유해 만든 노래다.

윤 원장은 이 노래 외에도 4∼5곡의 노래를 서향 씨에게 선물했다. 이번 앨범에는 '철면피사랑'을 비롯해 '달래연가'와 '연인' 등 7곡의 노래가 실렸다. 대부분의 노래가 가사부터 만들고 곡을 붙이지만 '철면피사랑'은 특이하게 곡부터 만든 뒤에 가사를 붙였다.

서향 씨는 본격적인 노래공부를 위해 서울에 있는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을 오가며 노래지도과에서 노래지도사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당시 노래공부를 하면서 만난 정의송 작곡가는 그가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가수활동에 나서는데 가장 큰 지원군이 됐다. 정 작곡가는 바쁜 와중에도 틈을 내 가수들을 이끌고 충주에 내려와 '파랑새봉사단'의 공연에 직접 출연하는 등 서향 씨의 봉사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서향 씨는 앨범 준비를 위해 거의 매일 서울을 오가며 연습했고 목청을 틔우기 위해 혼자 충주에 있는 수옥정폭포에 가서 목이 터져라 연습했다. 사실 이번 앨범은 이미 3년 전에 녹음을 마쳤다. 하지만 좀 더 완벽한 앨범을 원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새로 녹음해 최근에 앨범작업을 겨우 끝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일이 이번 음반작업이었다"며 "하지만 힘겨워할 때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심어줘 앨범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음반에는 충주의 사진 작가인 김성배씨의 수주팔봉과 이광주씨의 달래강 노을, 탄금대 나룻배, 탄금대교와 노을, 달래강 설경 등 지역의 사진들이 실려있다. 그의 애향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현재 파랑새봉사단 회장과 충주사랑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고 호암로타리클럽 회장을 역임했다. 지역에 있는 관광회사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지역을 홍보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노래를 많이 부를 생각이다. 오는 4월 15일 더베이스호텔에서 음반 출시 기념회와 파랑새봉사단 정기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향 씨는 "음악을 통해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고 사람들의 힘든 삶을 위로해 주는 것은 아주 보람 있는 일"이라며 "음악은 위로를 줄 수 있고 나 역시 함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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