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2년 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학교행사도중 훈계하는 여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종아리를 걷어차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해엔 경남에서 새 학기 첫날에 자신의 아들을 체벌했다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교사의 무릎을 꿇리고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교사는 교단에 서기 힘들만큼 정신적 충격을 받았겠지만 교직을 떠나지 않는 한 학교에 출근해 폭력을 휘두른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폭력 사건과 관련해 가해 학생을 전학시킬 수는 있지만 교사를 폭행한 학생은 전학 조치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런 황당한 법이 개정된다. 교사 폭행 등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학생은 강제 전학시킬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추진되고 교권침해 학생의 학부모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지난해 11월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교권이 더 이상 침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법안은 당연히 개정되는 것이 맞다.

예전엔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이 과도하게 제자를 체벌하거나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과 '왕따'가 사회문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폭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가 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하고 학생이 스승의 훈계에 반항해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스승을 구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3년 간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원에게 폭행, 모욕 등 교육활동을 침해한 사건이 교육부에 접수된 것만 1만2천973건에 달할 정도다. 최근 경기도교육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교권침해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고 응답한 교사도 전체 921명 중 266명(28.8%)이었다.

교권이 추락한 것은 교육계도 반성해야할 문제지만 급변하는 사회현상으로 인한 윤리의식의 부재도 문제다. 저출산의 여파로 핵가족화가 확산되면서 하나 또는 둘밖에 없는 자녀에 대한 애정 과잉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심화된 것도 배제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학교가 인성과 윤리교육의 전당이 아닌 마치 학원처럼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지식전수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 교육자들의 자기혁신과 제도적인 개선이 없으면 학교는 더욱 삭막해지고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경에서 교사들의 직업적인 소명의식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교사가 된 것을 후회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권침해를 초래한 학생을 강제전학 시키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문제 학생 폭탄 돌리기'식의 대책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자신을 구타한 학생과 매일 얼굴을 대하는 교사의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 문제학생의 강제전학과 문제학부모의 과태료 부과는 응급처방이다. 교사가 존경을 받고 실추된 교단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계의 현안일 뿐 아니라 우리사회가 다 함께 풀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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