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천 박문여고에 갔을 때다. 학교 역사관엔 내가 근무할 때 보던 학생 가운데 릫빛을 남긴릮 우선덕 소설가가 소개되어 있어서 그 얼굴이 떠올랐고 전화로 연락을 했다.
 릫오래된 눈물릮이란 장편소설을 보내주어 그 소설을 받고서 마음도 흐뭇했고 감명 깊게 읽을 수 있었다. 창신동 산동네에 살고 있는 황유는 보통학교를 마치자, 부친은 그에게 농사일을 하도록 권하며 진학을 허락지 않는다.
 몰래 고등보통학교에 응시, 수석 합격을 한 그는 부친의 심한 질책을 받고서 가출을 한다. 지금에도 소설속의 주인공과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소중한 꿈이 있다면 그 길을 가도록 열어주어야 했는데 황유는 약관의 나이에 중국 상해로 건너가 항주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가정으로 가려고 했지만 가질 못했다.
 부자간의 정도 끊기고 집도 없이 가난에 시달렸지만, 그림 그리는 일은 놓질 않는다. 남에게 배반을 당하여 문화원장, 박물관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여기서 작가가 정작 말하려 했던 것은 이기적으로 편승해 가는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보면서 속임수를 모르며 천성 그대로의 무구한 생활로 욕심도 없이 산 그를 아름답게 보았나 싶다.
 그에겐 작품이 많아도 출품하여 자신의 명예를 얻는 일엔 관심이 없었다. 그 주변에서 황유 화백을 아는 사람만이 그의 작품을 전시하여 널리 알리려고 여러 화랑을 찾아 다녔지만, 화가로서의 지명도가 낮다는 이유로 그냥 돌아서는 설움을 겪기도 한다.
 고희에 이르러 황유가 살던 곳에서 카페를 겸한 기념관을 세운다. 그간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름도 없이 외길을 가면서 갈고 닦은 예술혼에 의해 그려진 그의 작품은 길이 빛날 것이다.
 이 작품을 쓴 작가도 글 쓰는 일에 몰두하여 14편이나 되는 많은 장편을 남겼나 싶고 사회현실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무명 예술인의 진솔한 삶을 향기롭게 빚어내려고 한 작가의 정신이 촉촉히 단비로 적신다. / 청주사랑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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