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17. 인도네팔음식점 '퍼스트 네팔'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중문에 가면 인도네팔음식전문점인 'First Nepal'이 있다. 이곳은 네팔에서 온 리씨 사르마(대표, 오른쪽부터)와 주방장 번다리·유바 씨가 직접 정통식 인도, 네팔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리를 맛보게 해주고 싶습니다."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네팔음식전문점 '퍼스트 네팔'은 네팔인 사장과 네팔인 요리사가 운영한다. 2010년 3월 충북대 중문 대학가에서 오픈해 내달이면 꼭 7년이 된다.

이국적인 음식 메뉴와 이국적인 내부 인테리어, 현지인의 서빙 등이 시선을 끌지만, 이제는 충북대생은 물론 청주인들, 그리고 청주에 사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낯설지 않은' 음식점이 됐다.

충북대 중문에 위치한 '퍼스트 네팔'은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인도네팔음식전문점이다. / 김용수

'퍼스트 네팔'은 현지인이 운영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네팔인인 리씨 사르마(39)씨와 디네스 쿠마르 란빨(40)씨가 공동사장을 맡고 있고, 네팔인인 차파게인 유바(34)씨와 번다리 부펜드라(35)씨가 주방을 맡고 있다. '퍼스트 네팔' 오픈 이후 청주 성안길, 충북대 중문 등에 인도네팔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겨났지만, 요리사만 현지인일뿐 사장은 한국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네팔식 화덕에서 굽는 '탄두리 치킨'과 커리와 함께 먹는 '난'. / 김용수

"커리는 야채랑 소스를 넣고 80분에서 100분 정도 계속 끓여서 만들어요. 커리는 금방 맛이 나는 음식이 아니에요."(번다리 요리사)

'퍼스트 네팔'에서는 치킨커리, 양고기커리 등 30가지 커리를 비롯해 카레와 같이 먹는 네팔식 난, 라이스 종류, 라씨(네팔식 요거트), 디저트, 차, 샐러드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퍼스트 네팔'의 커리는 한국인 입맛에 맞춘 인위적 퓨전식이라기보다는 인도·네팔 현지에서 먹는 맛 그대로를 살린 '정통 현지식'에 가깝다.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번다리씨는 한국에 오기 전 인도식당에서 10년간 커리를 만든 실력자다. 한국에 온지 7년 된 유바씨 역시 네팔 현지에서 5년간 커리요리를 담당했었다.

"한국사람들은 '치킨 빈달루 커리'랑 '프라운 커리', 탄두리치킨을 특히 좋아해요."(번다리)

치킨 빈달루 커리는 치킨과 감자를 믹스해 만든 매운맛의 커리이고, 프라운 커리는 새우를 넣어 만든 새콤한 커리다. 탄두리치킨은 네팔식 진흙 화덕에서 구운 기름기 없는 단백한 치킨바베큐다.

"손님들은 한국사람이 많고, 외국인들은 단체로 20~30명씩 와요.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중국 등 다양해요. 영어선생님들이 많아요."(유바 요리사)

향신료가 짙은 것이 특징인 인도네팔식 커리를 즐겨찾는 단골들은 2~3주 간격으로 온단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었다고 할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손님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유바)

"매일 아침마다 2시간씩 음식재료를 준비해요. 오후에 손님없을 때 틈틈이 음식준비 하구요. 음식재료는 인근 사창시장에서 2~3일에 한번씩 직접 봐요."(번다리)

인도네팔음식전문점 'First Nepal'의 내부에는 인도·네팔 전통 소품과 히말라야 산 사진, 인도의 대표 관광명소인 '타지마할' 그림 등으로 꾸며져있다. / 김용수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네팔인 넷이서 의지할 곳도 없이 처음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처음에 많이 힘들었죠. 우리 아무 말도 안 나왔어요. '말'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래서 메뉴판에 음식사진이랑 설명을 한국말이랑 영어로 만들었어요. 손님들이 그것 보고 주문하니까 이제 괜찮아요."(리씨 사장)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중문에 가면 인도네팔음식전문점인 'First Nepal'이 있다. 이곳은 네팔에서 온 리씨 사르마(대표, 오른쪽부터)와 주방장 번다리·유바 씨가 직접 정통식 인도, 네팔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 /김용수

문화 차이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손님 중에 한국친구가 커리 먹으러 오면서 한국문화에 대해 얘기해줘요. 한국 국경일이 어떤 날인지, 설날·추석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면서 배웠어요. 코리아, 네팔, 중국 등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그 나라의 문화는 다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상한 문화 같은 건 없어요."(리씨)

"에브리타임 오픈마인드를 가지려고 해요. 기분이 안좋아도 내가 스마일하면 손님들도 스마일 돼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져요."(리씨)

'퍼스트 네팔'은 청주에 머무는 네팔인들에게 고향 같은 쉼터가 되기도 한다. 청주에 사는 네팔인들은 250~300명, 한국에는 4만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설날이나 추석날에는 청주에 사는 네팔사람들 여기에 다 모여요. 가족얘기, 애기얘기 하면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우리 사는 얘기 해요. 명절 때 고향생각 더 많이 나니까 같이 고향 얘기 하는 거죠."

'탄두리치킨'. 네팔식 진흙 화덕에서 구운 기름기 없는 단백한 치킨 바베큐 메뉴.

리씨 사장은 2~3년에 한번 가족을 만나러 네팔에 간단다. 그는 13살 아들, 9살과 4살 배기 딸 등 다섯 가족을 두고 있다. 디네스 쿠마르 란빨 사장과 유바씨는 아내와 한국에서 살고 있다.

"매일 저녁마다 일 끝내고 가족들이랑 전화통화해요. 내년에 네팔 가족들이 처음 청주에 올거에요. 우암산에도 가고, 동물원에도 가고 충북대도 구경시켜줄 거에요. 된장찌개랑 삼겹살, 김밥도 맛보게 하고 싶어요."(리씨)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에 만족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나중에 네팔에서 네팔음식점 차려서 아픈 사람, 돈 없는 사람, 장애인들 도와주고 싶어요. 어려운 사람들 조금씩 도와주면 더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리씨)

'퍼스트 네팔'의 네팔인들은 한국에서 또 하나의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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