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한국경제의 허리이자 소비주도계층인 40대 가구의 소득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소득 증가 폭이 사상 처음으로 0%대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자녀교육비로 허리가 휠만큼 지출이 많은 연령대에서 소득이 정체돼 '소비 절벽'이 심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자영업자로 내몰린 40대가 매출하락과 가계부채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소득이 줄었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40대 가구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 때문에 내수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악순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40대가구의 소득은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40∼49세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0만5천원으로 전년보다 고작 0.9% 늘어났다. 이는 전년 증가 폭(2.8%)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40대는 통상 이직이 잦은 20∼30대, 명예퇴직 등으로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지는 50∼60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된 계층으로 분류됐다. 자녀들이 고교·대학생으로 교육비 지출도 많지만 직장에서 안정된 기반을 잡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40대 가구 소득은 연간 기준으로 단 한 번도 감소하지 않고 매년 최소 2%대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3분기 소득이 1년 전보다 0.03% 줄어들며 처음으로 뒷걸음질 친 데 이어 4분기에는 감소 폭이 0.04%로 더 확대됐다.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직장에서 내몰려 자영업에 진출한 40대가 늘어났으나 불황으로 내수경기가 좋지 않아 소득이 감소됐다. 통계상으로도 사업소득이 1.7% 줄어들며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도 3년째 역대 최저 수준인 2%대 증가율에 머물렀는데 이는 지난해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에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큰 부담이다. 특히 국가리더십 부재로 인한 정치불안이 경제위기로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환경에서 예전처럼 40대 가구의 왕성한 소비력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소비가 늘기는 커 녕 지난해 4분기 40대 가구의 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2.7% 감소했다. 정부에서는 소비지출을 유도하기 위해 임시공휴일 지정과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도입을 추진, 3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보강으로 소비회복을 꾀하고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돈이 없지 시간이 없어서 소비를 못하는건 아니다.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잔뜩 움츠리고 있는 대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서 고용촉진과 안정에 나설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또 40대 가구가 과도한 대출에 의존해 성급하게 창업하지 않도록 '준비된 창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정치가 정상화되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노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도 지갑을 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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