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제한 출하 못해 사료값 부담, 경영 압박
'조랑우랑' 대기업 납품 끊겨 2차 피해 지속

구제역 자료사진 / 뉴시스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보은군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던 구제역이 보름 넘게 잠잠해지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축산농가들이 방역장기화와 우제류 이동제한으로 출하를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보은지역 한우농장이 구제역 발생과 함께 시작된 집중 소독과 한달 가까이 풀리지 않은 이동제한으로 출하지연이 계속되면서 자금회전이 안돼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보은군 마로면 갈전리에서 한우 280마리를 사육하는 박모(53)씨는 매달 큰 소 8마리씩 음성공판장에 출하한 뒤 송아지를 새로 들이는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해 왔으나 지난달 5일 인근 마을서 올해 국내 첫 구제역이 발생한 뒤 26일째 출하가 막혀 있는 상태다.

거세 한우는 생후 30∼32개월 사이 출하 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지방이 두터워져 육질 등급이 떨어지고 체중도 늘지 않아 농가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박씨는 "비육우 1마리 사료값으로 한 달 20만∼25만원이 들어 가는데 다 자란 소를 내다 팔 수 없으니 하루하루 손해가 쌓여가는 상황"이라며 "구제역 방역에 총력을 쏟는 사이 경영은 엉망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충북의 우제류 이동제한을 해제하면서 바이러스 유출을 우려해 발생지인 보은군은 제외시켰다.

발생농장 반경 3㎞ 밖은 이달 5일까지 한시적으로 이동제한을 연장했지만 그 안에 있는 농장은 소에 대한 항체 검사와 축사·분변 등의 항원검사를 거치는 10일 이후에나 해제 여부가결정된다.

발생지 주변 농장에는 퇴비까지 수북이 쌓여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10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는 송모(62)씨는 "소독한 퇴비는 반출해도 된다지만 오염 가능성이 있는 퇴비를 받을 곳이 있느냐"며 "퇴비가 쌓이면서 환기에도 문제가 생겨 사람이나 소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보은축협이 공급하는 브랜드 한우 '조랑우랑'도 이동제한 장기화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도축물량 감소로 주요 유통망인 대기업 납품이 완전히 중단됐고 서울·보은 3곳에서 운영하는 직영점도 물량수급이 불안한 상태이다.

지현구 축협 상무는 "한 달 80∼100마리에 육박하던 '조랑우랑' 도축이 지난달에는 12마리에 그쳤다"며 "이 때문에 C유통기업 납품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항원검사가 끝나 상황이 종료될때까지 방역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신중수 보은군 가축방역계장은 "추가백신의 항체가 형성돼 구제역이 번질 가능성이 떨어졌지만 다음 주까지 도로 6곳에서 차량 소독소를 운영하는 등 비상 방역체제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7∼8일 발생지 반경 3㎞ 안 축산시설에 대한 구제역 항원검사가 진행될 예정이고 결과가 나오는 10일께나 향후 계획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은군은 지난달 5∼13일 한우와 젖소농장 7곳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986마리의 소를 살처분 매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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