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화놀이터, 청주시립미술관에서 놀~자~"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미술관에 그림이 없다구?" "그럼 뭘 봐야하지?"

이렇게 다소 엉뚱 & 발랄 & 신선한 발상에서 출발하는 청주시립미술관(관장 연규옥)의 올해 상반기 기획전시 '그림없는 미술관'이 오는 4월 4일 개막한다.

이번 기획전은 작품보다 지난해 7월 1일 개관한 청주시립미술관의 공간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전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옛 청주KBS 방송국 건물을 리모델링해 유난히 높은 천정을 가지고 있는 1층 메인 전시실, 미로같은 내부 구조 등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청주시립미술관의 공간 부분, 부분을 적극 활용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그림이 한 점도 걸리지 않는다. 벽이나 바닥 그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하고, 실용품과 미술작품의 경계가 사라지기도 하며,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작품 등이 설치된다.

또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감상해야 하는 작품들이 설치돼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전할 예정이다. 전시실이나 특정공간을 점유하는 작품전시와 달리 전시실이 아닌 미술관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 계단 이곳 저곳에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을 새로운 미술의 세계로 안내할 이번 전시에는 김남훈, 김지혜, 김형관, 복기형, 서은애, 손동락, 이선희, 이자연, 이중근, 전윤정, 정승운, 최제헌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형관 작가는 미술관 벽면 대신 건물 전면에 유리작업을, 김지혜 작가는 관람객들이 앉아 쉴 수도 있는 도예 스툴(Stool)작품을, 동양화계의 새바람을 이끌었던 서은애 작가는 동양화에서 막 빠져 나온 것 같은 인물과 풍경을 보여준다.

또 손동락 작가는 곤충 설치작품들을 미술관 구석구석 숨겨놓아 마치 보물찾기 하는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며, 이자연 작가는 작가의 눈으로 수집된 세상의 사물들이 얼마나 다르게 재해석 될 수 있는지를 전한다.

이를 통해 날로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번 기획전시의 또하나의 의도다. 보통 우리는 미술작품이라 하면 회화나 조각 작품을 생각하지만 현대미술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이미 100년 전 기성품 변기에 사인을 한 작품이 미술작품에 대한 개념과 방향을 크게 바꾸어 놓았고, 영구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존재했다가 해체되는 작품도 이제는 미술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현대미술의 개념을 엿보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작품들도 대거 설치된다.

이번 전시는 공모를 통해 지난 1월 2일 임용된 이윤희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장의 첫 기획전시이기도 하다.

이윤희 학예팀장은 "이번 전시는 청주시립미술관의 존재를 모르는, 또 아직 미술관이 생소한 시민들에게 미술관의 존재를 알리고 한발 더 다가가는 전시"라며 "이와 더불어 미술관 자체가 작품인 이번 기획전을 통해 현대미술의 범주도 이야기 하고, 관람객들이 예기치 못한 즐거움과 신선함을 안겨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어 "특히 청주시립미술관이 후발 국공립미술관으로서 꼭 수행해야 하는 청주를 중심으로 한 충북지역의 미술사 정리작업도 충남미술사를 집필했던 경험을 토대로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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