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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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세기의 인물'로 꼽은 위대한 과학자이자 '도 대학 졸업장을 쥐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뇌하던 시절이 있었다. '광양자설'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한때 청년실업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대학졸업 후 취업을 위해 수년간 필사적으로 유럽 각대학 물리학과에 일자리를 찾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대부분 거절하는 답신조차 받지 못했다. 그는 결국 대학에서 일자리를 얻기를 포기하고 대신 스위스 특허사무소의 직원공채에 지원해 6개월이나 전전긍긍하며 기다린 끝에 일자리를 얻었다. 젊은 시절 박봉과 업무 스트레스로 속앓이를 한 사연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傳記) '아인슈타인의 삶과 우주'에 깨알처럼 소상하게 실렸다.

그가 취업문을 두들겼던 시기에 유럽에는 경제난이 덮쳤다. 조지오웰의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 등장하는 20세기초 유럽은 경제대공황으로 직장을 잃거나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이 지천(至賤)이었다. 그나마 아인슈타인은 뒤늦게 천재성을 발휘해 미국 프린스턴대에 자리를 잡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젊은 인재들중에는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좌절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2011년 세상을 떠난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IT시대의 페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독특한 캐릭터로 기업인으론 이례적으로 '팬덤현상'을 낳기도 했다. 56세에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사망한 그는 83억달러(9조6천억원)의 재산을 남길 만큼 사업가로서 성공했다. 하지만 인생역정은 드라마틱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농부에게 입양됐으며 청년시절 히피문화에 빠져 오리건주 리드대학을 1년 만에 자퇴하고 중소 전자게임업체 이직과 취업을 반복하며 방황한 아웃사이더였다. 하지만 그는 청년창업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22살 때 친구인 위즈니악과 컴퓨터(회로기판) 제조회사를 만들어 꿈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70년대와 80년대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개발도상국의 교과서'로 불렸던 우리나라가 최근 청년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실정과 국정혼란으로 심각한 빈곤위기에 처한 20대를 양산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로 쌓인 빚과 높은 실업률, 불안정한 주거 환경 등으로 절망스런 삶을 영위하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20대 7~8%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는 통계는 청년빈곤의 현실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년, 누가 가난한가' 보고서를 낸 김태완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청년층일 때 한번 빈곤하면 나이가 들어도 빈곤을 벗어날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유럽 역시 청년 빈곤율이 높지만, 국가가 각종 수당이나 직업 알선 등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기에 청년이 조기에 빈곤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빈곤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청년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도전하세요".지난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남긴 '스티브 잡스'의 말은 청년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금언(金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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