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과학 읽기] 오송초등학교 교사 한봉선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시간'이라는 개념은 어느 순간부터 인식된 것일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태고적 원시인들이 깜깜하면 밤, 환하면 낮이라 부르며 시작되었을 것 같다. 인류는 이렇게 낮 동안 해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측정해왔고, 모래나 물의 흐름을 경험하고 도전하면서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들을 만들었다.

태양계 시계

해시계와 물시계의 기준이 되는 지구의 자전 속도나 물의 유속은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13세기 처음, 기계식 시계가 등장했을 당시에는 매일 15분씩 시간 오차가 발생했다. 시간 오차는 17세기 하위헌스 추(Huygens pendulum)시계가 나오면서 하루 1분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시간적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최근까지 쓰이던 것이 태엽시계였고, 좀 더 정밀한 시간측정을 위해 원자시계가 만들어져 수 십 년 째 쓰이고 있는데 좀 더 정확하고 안정적인 원자시계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 여러나라의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최초의 원자시계인 암모니아-메이저 시계는 수만년에 1초의 오차를 나타냈으며 지속적인 개발로 만들어진 세슘 원자시계는 3000만년에 1초의 오차를 나타낸다. 미국은 1949년 수정 진동자 시계를 제작했고, 영국은 1955년 세계 최초의 세슘 시계를 개발했다. 그런데 60여년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라는 명성을 누려온 세슘 시계 보다 더 정확한 시계가 나타났다. 이터븀 원자시계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세슘보다 무려 56,000배 이상 정밀하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터븀 원자시계를 만들어낸 것은 미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었고 현재 세계를 통틀어도 이터븀 원자시계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9개국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개발 착수 11년 만에 성공하여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터븀 원자시계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이터븀 원자시계는 주파수를 측정할 때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의 진동을 측정하기 때문에 '광격자 시계'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터븀 원자시계의 오차는 1억년에 약 0.91초라고 하니 정말 놀랍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3대의 세슘원자시계와 1대의 수소-메이저 원자시계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원자시계를 통해 대한민국 표준시를 정한다.

그리니치 표준시계

시계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지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는 일정하지 않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 지구 속 마그마로 인한 지진 등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질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결국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는 좀 더 정확한 시간의 기준을 세웠는데 마이크로파(전자기파)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정의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준으로 하루를 정하면 실제로 지구가 한 바퀴 도는 시간과 약 0.002초 차이가 생긴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 차이가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세계가 기준으로 하는 시간과 자전하는 시간 차이가 점점 커지게 된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세계가 기준으로 하는 시간과 실제 지구 자전 사이에 0.9초 이상 차이가 생기면 1초를 넣어 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24시간에 1초를 더하는 걸 '윤초' 라고 한다.

윤초를 넣은 날짜와 시간은 정해져 있다. 전 세계가 동시에 윤초를 넣어야 서로 시간이 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초는 국제사회가 사용하는 과학적 시간의 표준인 '협정 세계시'를 기준으로 6월 30일이나 12월 31일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협정세계시보다 9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2017년 1월 1일 오전 8시59분 59초 뒤에 윤초가 들어가게 된다. 윤초 수정에 관한 결정은 국제지구자전사업(IERS)이라는 기관이 한다. 이런 윤초들이 쌓여 윤일(leap-year day:윤달, 윤년)을 만든다. 그래서 2월 29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생일이 4년에 1번씩 돌아온다. 2월 29일은 생일뿐 아니라 제삿날도 4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태음력을 사용하던 국가에서는 음력으로 생일을 정하거나, 2월 28일 또는 3월 1일에 생일이나 제사를 지내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지구와 표준시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 하루마다 늘어나는 1초는 생활에 아주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휴대전화의 전파는 기지국을 통해 전달되는데 기지국의 시계가 정확하지 않으면 신호가 서로 섞이게 된다. 즉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연결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지국의 시계는 10만분의 1초 이상 정확한 시계를 이용하고 있다.

세슘원자 시계

위치를 알려주는 GPS도 시간이 무척 중요하다. GPS는 3대 이상의 인공위성간에 오고가는 전파시간을 측정해 위치를 알아낸다. 때문에 인공위성의 시계가 1000분의 1초만 틀려도 위치가 300km나 어긋나게 된다. GPS 위성에는 일반적으로 세슘, 루비듐 원자시계가 탑재되어 있는데 보다 더 정확한 이터븀 원자시계를 탑재하면 지금보다 훨씬 정확한 위치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돈 거래에도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돈을 보내는 사람과 은행 사이에 시간이 1초만 달라도 이 차이를 이용해 돈을 훔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보냈다는 정보를 은행이 미처 받지 못한 1초 사이에 해킹을 통해 정보를 빼돌리면 돈이 해커의 계좌로 들어갈 수도 있다.


▶NIE적용
신문을 통해 2016년 IISE(국제종탐사연구소)가 발표한 '신종 TOP 10'외에 어떤 신비로운 동물들이 있는지 나만의 '신비한 동물사전'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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