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아 우리 할아버지 보러 가는 거야"

바르게살기충청북도협의회가 주관하고 충청북도와 중부매일이 후원하는 '다문화가족(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출발일인 21일 청주체육관에 모인 다문화가족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방문가족으로 선정된 일곱 가족들은 2주간 베트남 친정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신동빈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이분이 할아버지…이분은 할머니야. 알겠지?"

21일 춘분이 지났지만 아직 쌀쌀한 날씨,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이예은(35·여)씨를 만났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이다. 그녀에게 이번 친정 방문은 2번째, 만 7년 만에 '친정 나들이'라고 한다. 때문에 출국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녀에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친정부모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그녀의 짐들이 눈에 띄었다. 그녀의 짐들은 외소한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크기의 짐들이었다. 이 짐들은 수 년만에 만나는 부모들을 위해 그녀가 직접 준비한 물품들이다.

이예은씨는 "7년 만에 친정에 가게됐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너무 보고싶었다"며 "부모님을 위해 한국에서 가져가는 영지버섯을 꼭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천에서 온 응웨티투짱(33·여)씨는 기대감보다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녀 또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이다. 그녀는 최근 '친정어머니가 병상에 누웠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한시라도 급한 상황, 때마침 친정인 베트남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더욱이 바쁜 남편에서 어렵게 꺼낸 친정 방문 계획에 통과되며 여행길에 올랐다.

남편 최명길씨는 "몸이 약한 장모님이 최근 병상에 누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아내에게 친정 방문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땐 바쁜 일정으로 고민됐지만 걱정스런 아내의 모습에 흔쾌히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아내 웅웨티투짱씨는 남편에게 고맙기만 하다.

응웨티투짱씨는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어머니께 달려가 안부를 묻고 싶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다문화 가족들이 밥솥, 고추장, 된장 등 한국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는 물품들을 가지고 국제선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바르게살기운동 충북도협의회가 주최하는 '다문화 가정 친정 방문'사업의 대상자들이다.

바르게살기충청북도협의회가 주관하고 충청북도와 중부매일이 후원하는 '다문화가족(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출발일인 21일 청주체육관에 모인 다문화가족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방문가족으로 선정된 일곱 가족들은 2주간 베트남 친정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신동빈

바르게살기운동 충북도협의회는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해 '다문화 가정 친정 방문'사업을 진행한다. 올해로 10회째를 맞고 있는 이번 사업은 한국-베트남간 우호증진과 다문화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충북도내 모범 다문화 가족 7가구와 도청, 바살협 관계자 등 30여 명의 베트남 방문단을 편성해 진행된다. 아울러 베트남 현지 언론인 '한배신문사' 소속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 간의 교류 확대 및 우호증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손용섭 바르게살기충북도협의회 사무처장은 "한·베트남간 우호증진과 다문화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에 사는 가족들이 베트남의 문화를 조금 더 이해하고, 행복한 다문화 가정을 꾸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르게살기충청북도협의회가 주관하고 충청북도와 중부매일이 후원하는 '다문화가족(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출발일인 21일 안옥영 여성회장이 방문 가족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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