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 느타리, 팽이 등 버섯은 당근이나 양파처럼 여느 집 부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이 버섯이 부엌 밖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구할 영웅으로 과학자들이 버섯을 호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버섯은 플라스틱 대용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이미 델 컴퓨터,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컴퓨터와 가구 등의 대형 제품 포장 완충제로 스티로폼 대신 버섯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버섯 포자를 물, 톱밥이나 곡식 껍데기 등 농임업 부산물과 함께 틀에 부어 번식하도록 한 뒤 건조시킵니다. 균류는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 맞게 자라는 성질이 있어 틀에 꼭 맞게 번식을 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기 때문에 이 공정은 5일 정도면 완료됩니다.

완성된 제품은 '곰팡이'를 원료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변질이 거의 없으며 견고합니다. 틀에 부어 굳히는 제작방식은 플라스틱과 비슷하지만 플라스틱과는 달리 원재료는 버섯 포자와 유기물질, 물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사용을 완료한 제품은 100%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플라스틱이 수백, 수 천 년 동안 썩지 않고 생태계에 잔류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지요. 버섯이 아직까지는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역할로 주로 쓰이지만, 연구자들은 앞으로 각종 용기 및 가죽 제품, 가구 제작까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버섯은 마트의 채소 코너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사실 식물이 아니라 균류에 속합니다. 동물처럼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습니다. 마법은 버섯의 뿌리처럼 보이는 부분인 균사체(mycelium)에서 시작됩니다. 균사체는 포자가 발아하면서 생성된 균사가 서로 얽힌 집합체인데, 만들어진 균사체는 바로 땅속으로 스며듭니다. 이들은 마치 신경조직이나 인터넷 망처럼 서로 뻗어나가며 복잡하게 얽힌 망을 형성합니다. 진균학자 폴 스테이멋츠에 따르면 1㎥의 토양에 존재하는 균사체의 총 길이는 약 13km에 달하고, 이렇게 형성된 버섯 균사체는 토양을 응집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며 매우 견고합니다. 자기 질량의 3만 배까지 응집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건축 분야는 버섯 균사체에 주목합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매년 13~15억 톤, 이 중 40~50% 가량이 건축 폐기물입니다. 건축물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25~30년에 불과합니다. 폐기물 처리에 건축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먼저 상용화된 건 단열재인데요, 2007년 미국 뉴욕주 렌슬레어공대생인 에번 베이어와 개빈 매킨타이어는 애느타리버섯을 이용해 단열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 전분, 과산화수소와 버섯포자를 이용해 만든 이 단열재는 내구성과 단열성능, 열저항성 등에 있어 기존 단열재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이며, 완성된 단열재가 변질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더 나아가 버섯으로 건축물을 짓는 시도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건축팀 '더리빙'은 지난 2014년 3가지 종류의 버섯 균사체로 만든 벽돌 1만 개를 쌓아 약 13m 높이의 건축물을 세웠습니다. '하이-파이(Hy-Fi)'라 명명된 이 건물은 3개월간 전시된 뒤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됐습니다. '버섯 벽돌'은 압축 강도가 콘크리트에 비하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장점이 있습니다.

버섯은 석유 화학물의 대체품일 뿐 아니라 치료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포토벨로,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등의 버섯 균사체는 토양에 유출된 중금속과 기름 등 독소를 정화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버섯 균사는 인간에게 적합한 항생제 및 항진균, 항종양제 개발의 원료가 되며, 음식에서 쓴맛을 없애 설탕 중독을 해결할 대안으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영지버섯을 이용해 가죽 제품을 만드는 마이코웍스(MycoWorks), 버섯균사체가 유기물과 접촉하면 분해되는 특징을 활용해 임무 종료 뒤 소멸되는 '일회용' 드론을 개발하는 아더랩(Otherlab) 등 여러 스타트업 기업들이 버섯을 이용해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