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이번 대선은 좀 싱겁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지지율이 몰려있고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멀찌감치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이후 보수후보들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반 전총장이 대선출마 20여일 만에 중도사퇴한 이유는 다양하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 가짜뉴스에 대한 분노, 대선을 치를만큼 '실탄'도 없었고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지지율이었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지율 1위를 지켜봤던 반 전 총장은 귀국이후 지지율이 추락했다. 그래서 여론은 생물처럼 움직인다.

요즘 여론조사 기관들이 대목이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들도 매출은 늘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한 게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1천명 안팎의 소규모 표본으로 어떻게 지지율을 파악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란 작은 표본으로 대규모 모집단을 투영하는 과학"이다. 요리사가 한 숟가락만 떠먹어도 국물 맛을 아는 것과 같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20%에 불과해도 신빙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신뢰도가 의문이라면 표본보다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조사방식, 설문대상, 설문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조사방식은 주로 전화면접방식과 ARS방식이 쓰인다. 두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전화면접방식은 조사원이 유권자와 직접 통화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는 말도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우리나라 유권자 정서상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ARS방식은 비용이 적게 들지만 미리 녹음된 문항에 따라 번호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크게 떨어지고 조작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ARS든 전화면접이든 가장 큰 문제는 유선전화로 통화가 가능한 유권자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후 늦게 또는 주말에 주로 여론조사를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유선전화 없이 휴대폰만 쓰는 1인 가구의 증가나 사생활등의 이유로 전화번호부 등재율이 총가구의 50%안팎에 그치고 있어 전화 면접이나 ARS등 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의 신뢰도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의 발달과 주거문화의 변화, 맞벌이의 증가, 늘어나는 고령인구등 사회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제도적인 미비점 때문에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는 갈수록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들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 하기도 하지만 10% 이상 격차가 아니라면 지지도는 참고용에 불과하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향방을 추적할 수 있겠지만 유권자의 마음을 쪽집게처럼 끄집어내기는 힘들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브래들리 효과'라는 말이 있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브래들리가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압승했지만 실제로는 역전패 당한 것을 말한다. 유권자들의 표심 숨기기가 여론조사 왜곡을 초래한 것이다. 지난 미국대선에서 힐러리 클런턴도 어떻게 보면 '브래들리 효과'에 당했다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를 맹신해선 안되는 이유다. 어쩌면 그래서 대선 후보자들의 마음은 더 타들어 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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