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유독 '30'이라는 숫자를 강조한다. 30·30·30은 '30년 지속할 기술을 찾고, 30세인 사람을 눈여겨보며, 30명의 직원을 가진 기업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30년, 30세, 30명에 집중해야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변한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술과 잠재력이 풍부한 젊은 인재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들이 세상을 바꿀 원동력이라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디지털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이자 끊임없이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혁신의 아이콘 마윈 회장이기 때문에 이 같은 메시지의 무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큰 조직이 작은 조직을 먹는 시대에서 빠른 조직이 느린 조직을 먹는 문화로 바뀌었다는 세계경제포럼 클라우드 슈밥 회장의 지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조직문화를 개혁해 나가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이기는 경우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은 생존 자체가 화두다.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얼마만큼 잘 적응하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인 셈이다. 이런 상황은 '뷰카(VUCA)'로 정의된다. 뷰카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다.

이는 지난 1990년대에 주변 정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대응 태세 및 경각심이 요구되는 때를 나타내는 군사용어였다. 이후 급격하게 변하는 현대 사회와 불안정한 금융 및 고용시장을 표현한 수식어로 쓰이고 있다.

뷰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혁신, 구조조정 등이 필수적이며 기존 지식과 경험에서 탈피해 새로운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전략으로는 돌발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을 돌파할 수 없는 까닭이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AI)에서 급변하는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는 최근 AI 발전 속도에 본인 스스로 놀라고 있다고 실토한 바 있다.

2016년 초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선언된 이후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교육이다. 인공지능이 기존 지식과 직업 체계를 뿌리부터 뒤바꿀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별로 필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 개최된 아시아대학총장회의 주제는 '미래를 창조하다-강력한 산학 동맹 구축'이다. 영국 더타임스가 운영하는 세계적 대학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원탁회의에 앞서 대학 총장 33명을 상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역할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중에서 88%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직업인을 배출하기 위해 대학은 산학협력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절반가량은 대학 교육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대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MIT의 미디어랩(융합실용연구), 스탠퍼드대의 디스쿨(디자인 사고)을 모델로 융합인재를 키우겠다는 비전도 등장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대학, 파괴적인 대학을 표방하는 대학도 생겨났다. 기존 단과대학을 확대 개편한 칼리지의 라틴어 이름이 '비어 있는 판'으로서 백지 상태를 상징하기도 한다.

노근호 본부장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곳으로 가라. 그곳에 기회가 많다. 언제든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마윈 회장의 외침은 파격적인 교육 변신과 맞닿아 있다. 지금 30·30·30을 품어야 하는 세상이 대학에게 길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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