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동현 국회의원 비서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며칠 전 학교 동문회 모임에서 삼촌 뻘 되는 졸업생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당시 대학생활 이야기가 나왔다. 4·13호헌조치, 6월항쟁,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민주화 학생운동으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도 말투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1980~90년대의 청년, 민주화시대에 살았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께 젊었을 적 모습을 여쭈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어릴 때부터 일했고, 돈을 벌고자 중동의 건설 현장까지 갔다 오셨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공부를 한다는 것이 꿈만 같았던 시절, 그래서 '내 자식만큼은 공부시키겠다'는 일념에 쉴 새 없이 일만 했다고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 불릴 만큼 발전한 것이 기적이라 말씀하시는 아버지. 1960~70년대 청년은 산업화시대를 살았다.

어느덧 30대 초반,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갖은 노력 끝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다기에 대학에 입학했다. 취업난이 심각해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서는 취직할 수 없다기에 학점은 물론 자격증, 공모전,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일명 '스펙' 채우기에 몰두했다. 문뜩 또래의 친구들을 둘러보니 대부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지만 한편으로 '단군 이래 최초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라 불리는 2017년의 청년, 과연 나는 어떠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일자리 문제가 주요 화두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청년(15~29세)이 36만명에 달한다. 사회생활을 앞둔 청년에게는 첫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공포영화 속의 한 장면인 것이다. 정부가 취업난 해결을 위해 창업과 해외취업까지 대폭 지원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 하지만 선뜻 와닿지 않는다. 심지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모든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 목표로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부족하다. 김치 없이 라면을 먹는 기분이다. 능력 있는 청년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이들이 함께 공유할 이념이나 이상에 대한 고민은 뚜렷이 드러나는 게 없다.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소재가 없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정부도, 당사자인 청년들도 오로지 사회 현상에 따라 맹목적으로 직업적 의미에만 매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 시간이 흘러 내가 살아온 시대는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2017년의 청년들은 취업난시대에 살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비참하다.

신동현 국회의원 비서

순수한 젊음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청년, 이들이 바로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간은 충분하다. 정치·사회·경제·통일 그 어떠한 내용이라도 좋다. 최소한 한 시대를 기억하고 추억할 공통 의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에게 말한다. 나는 이 시대의 주인공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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