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 영세, 비정규노동자 권리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7.03.29. / 뉴시스

박근혜 정부의 경제失政(실정)이 노동시장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불안한 정치현실 때문에 기업의 투자의욕이 상실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점차 감소한 것이 통계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올 들어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근로자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양측 사이의 월 임금격차는 300만원으로 사상최대였다. 어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사업체노동력 조사 결과는 임시·일용직들이 얼마나 열악한 급여를 받고 있는지 보여줬다. 상용근로자 5명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33만7천원으로 작년 동기의 374만7천원보다 15.8% 증가했다. 반면 임시·일용직은 157만3천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50만3천원)에 비해 4.7%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이 같은 임금인상율 격차가 누적되면서 지난해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간 임금 차이는 276만4천원으로 작년 동기의 224만4천원 대비 무려 23.2% 상승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산업별 임금격차다. 산업별 임금총액은 금융·보험업이 682만9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이 651만7천원으로 그 뒤를 따랐다. 임금이 가장 적은 산업은 숙박·음식점업(214만4천원)이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224만4천원) 근로자도 임금을 적게 받았다. 이는 제조·금융업보다 서비스업 고용의 질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서비스업 등 대외 충격이 적은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산업별 좋은 일자리 성적표를 보면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 부문은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해졌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천947만 명의 임금근로자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의 한 달 월급이 200만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 가족 최저생활비 168만원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다. 대기업 귀족노조가 파업을 하고 억대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매년 임금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보다 더 많은 근로자들이 살인적인 저임금에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의 747경제공약(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7대 경제대국 진입)도 수포(水泡)로 돌아갔지만 박근혜 정부 역시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는 변질되고 출범 1년만에 내놓은 474경제비전(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는 단 한가지도 달성하지 못한 채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대기업 총수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협찬금을 뜯어내면서 자신은 탄핵되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구속되는 등 경제계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양극화 현상과 고실업이 더욱 심화된다면 사회불안도 가중된다. 차기정부는 고용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있도록 경기부양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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