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살기운동 충청북도협의회 '다문화 가정 친정 방문'

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2차가정 방문/신동빈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바르게살기운동 충청북도협의회가 주최하고 충청북도와 중부매일이 후원하는 '다문화 가정 친정 방문'사업이 지난 21일부터 30일까지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이 사업은 한국으로 시집온 다문화 이주여성에게 친정방문의 기회를 제공해 양국간 우호증진과 다문화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올해로 10년를 맞고 있는 이 사업을 본보에서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수년만에 친정 나들이…10일간의 행복 시작

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청주 출발 단체사진/신동빈

지난 21일 오전 11시 청주시 종합체육관 앞에는 친정부모와 만날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충북도내 다문화 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의 얼굴에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환한 미소와 함께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또 가족 모두가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모습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모두는 저마다 사연을 담고 친정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이 중 이예은(35·여)씨는 지난 2004년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이다. 성실한 남편과 함께 슬하에 김태영(11)군을 두고 살아왔으나, 6년전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소식에 남겨진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가장이 됐다. 가장으로써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친정방문은 차일피일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희생해온 그녀의 삶에 보답하든 7년만에 고향길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그녀에게 이번 친정 방문은 한국으로 건너온 이 후 2번째라고 한다. 때문에 양손 가득 친정 부모님께 전달하기 위해 그녀가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이예은씨는 "어려웠던 삶에 보답하듯 7년 만에 친정에 가게됐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너무 보고싶다"며 "부모님을 위해 한국에서 가져가는 영지버섯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가 탑승한 비행기는 5시간 여 끝에 비행을 마치고 고향인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했다. 그녀는 오랜기간 고향 방문을 하지 않은 탓에 낮선 모습이었지만 이내 입국장 멀리서 다가오는 친정 어머니를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녀가 부모님께 하고 싶었던 말을 수십마디, 그러나 꼭 잡은 두손으로 그간 살아온 세월을 전했다. 그 모습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아버지, 어머니 보고싶었어요. 동생들 잘있었니? 많이 컷구나. 조금더 늦기전에 집에 돌아온 것이 꿈만 같아요. 매일밤 꿈꾸던 어머니의 따듯한 음식과 아버지의 미소가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반면 그녀의 아들인 김태영군은 이곳이 낮설어 보였다. 일찍이 너무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고향 방문을 했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아 보인다. 가끔 영상통화와 사진으로만 봐왔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실제로보니 낮설기만 한 모습이다.

더욱이 김군은 베트남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이들과의 의사소통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김군을 꼭 안은채 귀여운 손주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들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김군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족들의 환영인사가 끝날 무렵 이들은 공항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그녀의 고향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이들에겐 행복한 10일이 시작됐다.

◆가벼워진 발걸음…일상으로 복귀

30일 오후 6시 인천공항에는 베트남 친정방문을 마친 충북도내 다문화 가족들이 입국장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중 출발전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던 응웬티투짱(33·여)씨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가 호전됐기 때문이다.

앞서 그녀는 친정 어머니의 '지병 악화' 소식을 접했다. 이 같은 소식을 남편에게 어렵게 알렸고 흔쾌히 허락을 받고 이번 방문길에 올랐다. 응웬티투짱씨는 "어머니의 지병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다행히 건강을 되찾으셔서 한시름 놓았다"라며 "덕분에 몸도 마음도 한곁 가벼워진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쁜 일정에도 같이 동행해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7년만에 고향길에 올랐던 이예은씨도 짧은기간이지만 가족들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었다.

이씨는 "이번 고향방문으로 다시한번 가족애를 느껐다. 짧은 기간이겠지만 한국에서의 추억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했다"라며 "꿈만같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쌓은 짧지만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일상으로 복귀하겠다"고 설명했다.

◆수 년째 '다문화 가정' 지원…바르게살기운동 충북도협의회

베트남 친정방문 사업 청주 출발 단체사진/신동빈

바르게살기운동 충북도협의회는 지난 2008년부터 10년째 다문화 가족에 깊은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은 '다문화 가정 친정부모 초청사업'을 진행했다. 도내 다문화 가정의 친정부모를 충북으로 초청해 시집온 이주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가족구성원과 함께 생활하며 자녀의 한국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또한 충북의 문화와 관광 체험의 기회도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16년부터 현재까지는 '다문화 가정 친정방문 사업'을 진행해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에게 친정방문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에 사는 가족들이 베트남 문화를 조금 더 이해해 행복한 다문화 가정을 꾸리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 가정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식개혁에 중점을 두고 사회전반에 걸친 양극화 문제 도·농간의 결연사업 저 출산 고령 사회 극복문제, 학교폭력추방운동, 법질서확립운동, 공정사회실천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손용섭 바르게살기운동충북도협의회 사무처장은 "이번 친정 방문을 통해 한국에 사는 가족들이 베트남의 문화를 조금 더 이해하고 행복한 다문화 가정을 꾸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베트남 뿐 만 아니라 다양한 다문화 가정들에게 친정 방문 기회를 제공해 도내 다문화 가족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양국의 우호증진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