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에 나이가 있나요"

도시락 봉사 송봉례 할머니/신동빈

[중부매일 송휘헌 기자]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아파트에 결식노인은 없을 꺼에요."

청주 용암주공2단지 아파트에서 낮 12시면 찾아오는 송봉례(83·여) 할머니는 주민들에게 '도시락 천사'라고 불린다. 그녀는 저소득층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곳에서 수 년째 점심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송씨는 매일 아침 경로당을 찾아와 이웃 주민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녀에게는 이 도시락 전달은 하루 일과과 된지 오래다.

앞서 송씨는 2005년부터 지역 경로당 회원으로서 봉사활동에 첫발을 내딛었다. 처음에는 청소 등 비교적 가벼운 봉사활동부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는 경로당 회원으로 와서 청소 등에 봉사활동을 했는데 계속 생활하다보니 가족이 없거나 몸이 불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게 뭘까 고민했더니 밥 한끼라도 제대로 먹이자 그런 생각이 들어 실천에 들어갔죠."

도시락 봉사 송봉례 할머니/신동빈

이에 따라 2013년 경로당 회장을 맡게 되면서 이웃 주민들에게 '식사 제공'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수소문 한다. 수소문 끝에 용암복지관에서 '저소득 결식노인식사배달' 사업을 접하게 됐고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 봉사자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새벽 6시에 어김없이 와서 도시락을 만들고 있으면 이곳저곳 아픈 것이 잊혀 지죠. 작년에는 52가구에 배달을 했고 지금은 병원에 입원하거나 돌아가셔서 42가구에 배달을 하고 있어요."

송 씨의 봉사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식사제공 뿐만 아니라 마을과 경로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이에 지금은 동참하는 사람도 하나둘씩 늘어갔고, 2014년부터는 마을주민 모두 참여하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에도 이어가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내 마음을 이해해 주고 같이 동참해주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들면서 4년 전부터 같이 하는 유복순(92·여) 언니는 오랜 동반자죠. 2014년부터 시작한 자치프로그램은 마을주민 모두 같이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인데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설명하니 많이 주민들이 참여해줬어요. 모두가 합심해서 우리 마을이 깨끗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됐죠."

도시락 봉사 송봉례 할머니/신동빈

그러나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녀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지난해만 4번을 쓰러졌기 때문이다.

"작년에 4번 쓰러졌는데 그래도 새벽 6시에 나가는 내 모습을 보고 가족들도 그만하라는 권유를 했죠. 하지만 내 도시락을 기다리는 노인들을 나보다 더 아프고 몸도 가누기 힘든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주변 이웃들의 행복한 모습과 따듯한 말 한마디면 있던 병도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누구한테 생색내자고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두 손에 꼭 쥐어주는 요구르트 하나면 피곤이 사르르 녹아요. 내가 살아있는 한 열심히 일하겠지만 내가 없더라도 마을주민 모두가 서로 돌고 돌보며 살아가는 마을이 되길 바라는 것이 내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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