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범욱 공군사관학교 발전후원회 명예회장

유소연의 티샷 / 뉴시스

춘래불이춘(春來不似春). 봄이 오는데 춥다기보다는 안팎으로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 중국의 사드배치반대, 일본의 독도 자국영토주장, 북한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 핵 버섯구름으로 피어오를지 모르는 공포까지 무엇 하나 온전한 것이라고 눈에 띠지를 않는다. 대통령 탄핵에 3년이 지나며 침몰된 세월호를 인양했지만 언제 잠잠해질지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구동성 새로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손 흔들고 나서지만 과연 누가 진정 국민을 위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 시계는 제로섬(Zero-sum)이다.

세상만사 다 버리고 어딘가 홀연히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4월3일 이른 아침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컨트리클럽 다이나 쇼어 코스에서 금년 LPGA메이저 첫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를 보며 마음을 달랜다. 룰과 에티켓에 철두철미한 골프경기의 교감을 일깨워주는 순간순간의 장면이다. 11번 홀까지 미국의 렉시 톰슨이 17언더파로 2위와 3타차 단독선두로 질주하다보니 한국낭자들의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12번 홀에서 톰슨이 보기를 하고 13번 홀로 이동하며 경기 진행요원이 전날 3라운드 17번 홀에서의 벌칙을 통보한다. 홀 가까이 있는 볼을 마크하면서 원위치에 놓지 않는 오소(誤所)플레이로 2벌타, 잘못된 스코어카드 제출로 2벌타 도합 5점이 빠지며 12언더파 5위로 추락, 청천벽력에 눈물을 흘리는 희비쌍곡선이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왜 볼 뒤에서 마크하지 않고 옆에서 했는지 TV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경기위원이 되었다.

우리의 유소연, 박인비, 호주교포 이민지, 톰슨, 페테르센이 각축전을 벌리며 그래도 끝까지 분발한 톰슨이 유소연과 14언더파 동점으로 연장전에서 유소연 버디로 우승컵을 거머쥐며 시즌 상금랭킹도 세계1위가 되었다. 한동안 준우승에 머물던 유소연의 2년 8개월만 통산4승에 메이저우승이 더 값진 성과다. 올 들어 한국의 여자골프군단 장하나, 양희영, 박인비, 이미림에이어 5번째 우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골프의 종주국 미국에서 열광적인 지지와 응원을받는 톰슨과의 대결에서 장갑을 벗기까지 소리 없이 흔들리지 않고 냉정을 찾는 유소연의 감동과 눈물의 장면 그대로다.

골프 신성 미국의 바비 죤스가 떠오른다. 1925년 PGA US오픈 최종라운드 경기 1타차 선두로 우승을 앞에 둔 마지막 경기다. 11번홀 러프에 들어가 2번째 샷에서 어드레스 중 볼이 움직였다. 경기진행요원을 불러 사실을 이야기 했으나 진행요원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한다. 게임이 끝나 벌타 1점을 추가한 스코어카드를 제출, 동점으로 연장전까지 가며 상대방에 우승컵을 넘겨주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한일이며 은행에서 강도짓을 안한 것을 칭찬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진솔한 답변이었다. 미국 최초 그랜드슬램달성과 프로 전향을 하지 않았던 영원한 아마추어였다.

매년 4월이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열리는 마스터즈대회 창시자다. 거짓, 가짜, 불법, 불량이 난무하는 시대에 정직과 진실을 표방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 당시엔 지금처럼 카메라 녹화나 생중계도 불가능했던 시절이다. 그는 가장 양심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며 진짜진짜 진실을 섬기고 표방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밝은 대낮에라도 등불을 받쳐 들고 찾아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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