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도입·출전 제한 논란
정유라 입시 비리로 교육부, 올해부터 획일적 도입
성적 안되면 대회 못나가 … 전국대회도 3회로 규제
청주 모 고교 골프선수 지난달 2명 자퇴 … '괴리감'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정유라 입시 비리'로 촉발된 학생선수 강화 정책에 대한 부작용이 벌써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중·고 학생 운동부 선수에 대해 최저학력제를 도입했다.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학력제는 초·중학교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5과목, 고등학교는 국어·영어·사회 3과목에서 학생선수가 해당 학년 교과별 평균 성적과 비교해 일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대회 출전이 제한된다. 미도달 학생선수는 의무적으로 기초학력보장제도에 참여해야 한다.

또 수업결손을 줄이기 위해 방학을 제외하고 연간 3회로 학생 선수의 전국대회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출전 제한을 전 종목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종목별로 운동 여건이 다른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골프나 스키의 경우 교내에서 연습을 할 수 없는 종목으로 어려움이 있다. 다른 종목은 대부분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 전용구장에서 하지만 골프는 일반 골퍼들이 이용하는 골프장을 이용해야 한다. 골프는 경기장이 원거리에 있고 훈련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계절적 제한도 크다.

이번 지침에 수업일수와 무관한 주말대회 참가는 제한이 없다는 조항을 일부 종목에 적용했지만 골프는 해당되지 않는다. 골프의 경우 골프장 임대비용 등의 이유로 대회 개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종목별 특성을 무시한 탁상공론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학생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골프부를 운영하고 있는 청주의 모 고등학교에서는 지난 3월에만 2명의 선수가 자퇴를 했다. 전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여러 명 있다.

이 선수들은 최저학력제와 대회출전 제한 규정 하에서는 운동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해 체육특기생으로 명문대학의 진학을 꿈꾼다. 이 학교도 매년 서울의 명문대학으로 선수들을 진학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규교육과정을 이행하면 운동하기가 벅찬 선수들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빠르게 프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프로 입단이 수월하지 않은 선수들은 운동에 구애를 덜 받는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테니스와 골프는 포인트로 순위를 측정하는 종목으로, 선수는 학기 중 주말에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해야 점수를 따고 대학입시자료로 반영될 수 있다. 그런데 법정공휴일인 주말에도 전국대회라는 이유로 출전 횟수를 3회로 막는 것은 대학 진학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은 대회 수에 관계없이 자격이 되는 대회에는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 이 학교의 골프 선수는 청주지역을 제외하고 외지에서 온 학생이 절반을 차지한다. 외지에서 온 학생선수들은 체육특기생으로의 이점이 사라져 집 근처의 학교나 방송통신고로 전학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확보된 우수한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골프부의 신입생 모집도 걱정이다. 현재 총 13명의 선수 중 3학년이 9명을 차지해 이들이 졸업하고 나면 골프부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외지에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한다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학교는 국·내외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대표도 2명을 배출했으며, 올해도 국가대표 상비군에 2명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 국가대표선발전은 전국대회에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전국대회 출전제한 횟수가 5회 이상이라는 입장이다. 또 전국대회에 출전하려면 학교장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학교장 확인서는 해당 학교의 운동선수가 전국대회에 참가한 횟수와 최저학력 기준에 도달했는지,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다. 하지만 학교 운동부 지도자나 학부모들은 학생선수의 전국대회 제한 지침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공부하는 풍토를 만든다는 교육부의 취지에는 학부모나 지도자들이 공감하지만 경기장이 규격화될 수 없고 주말 대회장 섭외가 어려운 종목에도 형평성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을 무시한 규정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반고에서 운동부를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골프나 스키처럼 특수사항이 있는 종목은 체육고등학교에서 전담해서 육성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