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명태잡이 배, 1982년 대진항 / 뉴시스

북어라고도 불리는 황태는 가장 친근한 어류 중 하나였다. 한류성 물고기여서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북도 동해안에서 흔히 잡을 수 있었다. 북어(北漁)라고 불리게 된 것은 함경남도 연안에서 가장 많이 잡혔기 때문 일게다. 명태(明太)라고 불린 것은 기록으로 전해 진다. 조선 말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는 '명천(明川)에 태(太)가라는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소개한다. 북어를 맛있게 먹은 도백(道伯)이 태씨성을 가진 어부가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명인 '명천'과 합성해 불렀다는 것이다.

맛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자 조선시대 후기 때부터는 어업 차원에서 명태 잡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효종 3년(1652년)에 쓴 승정원 일기였다. 이후 국민 생선으로 자리 잡았던 명태는 광복 이후 분단과 함께 함경도 연안이 차단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그래서 근래에는 수입과 국산이 식탁에 올려졌을 게다. 이러다 1980년대에는 연간 10만M/T을 초과할 정도로 어획량이 급증했다 한다. 여기에다 어획이 금지됐던 명태새끼 '노가리'를 무차별 어획하면서 감소에 감소를 거듭했다.

이런 남획과 수온 상승 등 악조건이 더해져 2000년 이후 동해안에서 아예 사라졌다.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사라지자 국민들의 입맛에는 외국산이 자리를 잡았다. 정부는 급기야 정부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248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국민생선인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자연산 한 마리에 현상금 50만 원을 내건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는 이름표를 단 어린 명태를 대거 방류하는 이벤트도 벌어질 정도로 명태는 귀한 몸이 된지 오래이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그랬던 명태가 동해안에 귀환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5일 오전 10시 경북 울진군 기성면 사동항 정동 10마일 해상에 나갔던 어부에 의해 발견됐다. 장모(41)씨는 이날 경북 울진군 죽변항에서 6.67톤급 어선으로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수심 100 자망에 갇혀있는 55㎝ 크기의 명태 1마리를 발견했다. 울진군과 국립수산과학원은 당연히 '명태의 귀환'을 크게 반겼다. 다행히 이번에 잡힌 명태는 활력이 양호한 상태라고 한다.

수산당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끝에 잡힌 것이어서 학술적 가치도 크다고 한다. 그래서 수산당국은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 연구소에 인계해 다양한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해수산연구소는 명태를 잡아 신고한 장씨에게 보상금(50만원)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산당국은 수온이 상승한 상황에서 발견된 것이어서 아직은 명태가 동해안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표'로 보는 것 같다. 동해안 명태가 우리 식탁에 다시 오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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