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다예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건축물관리팀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어느덧 4월. 날이 따듯해지고 걷기 딱 좋은 날씨. 점심을 혹은 저녁을 먹은 사람들이 손엔 커피 한 잔을 들고 기분 좋게 산책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생활에서 커피는 일상이 돼 버렸다. 아침에 출근해서 잠이 덜 깬 몽롱한 기운을 지워내기 위해 커피 한 잔, 점심 먹고 깔끔하게 커피 한 잔, 오후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며 커피 한 잔. 하루 내내 커피를 한 잔 이상은 먹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카페가 많아진다고 한들 인근 커피숍을 가게 되면 사람들이 한두 명은 있다. 이만큼 우리에게 커피는 일상이 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카페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실 때 다들 손에는 일회용 컵을 들고 있다. 벤치와 같이 평평한 선반 같은 곳에는 다 마신 일회용 커피 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흔히 종이컵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으로 재활용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은 방수 효과를 위해 플라스틱 코팅을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이라고 한다. 영국 유명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런던의 물적 자원 기술 전문가 크리스 치즈맨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커피전문점에서 흔하게 쓰는 일회용 컵이 재활용이 된다고 여기고, 사무실에서나 매장에서 재활용쓰레기통에 넣고는 한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일회용 커피 컵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30년"이라고 설명했다.

일회용 종이컵을 줄이기 위해 수년간 머그컵 사용하기 운동도 하고, 일부 커피업계는 개인 컵을 가져오면 300원 정도를 할인해주거나 쿠폰을 찍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캠페인도 일시적이고, 모든 커피전문점이 할인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 컵 사용하기는 정착되기가 힘들어 보인다. 사실 회사원이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컵을 챙겨나가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만난 친구와 커피 한 잔 하러 가는 경우도 개인 컵을 챙기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종이컵 1t을 만드는 데 20년생 나무를 무려 20그루를 베어야 한다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국내 연간 일회용 종이컵 소비량이 약 166억 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소비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에게 여유와 향기로움을 주는 커피 한 잔을 계속해서 일회용 컵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그 향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요새 텀블러는 실용성은 물론이고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이끄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손에 들고 다니기 쉽도록 스트랩이 달려있는 것도 있고, 종이컵 정도의 사이즈부터 맥주병 크기의 사이즈까지 크기도 가지각색이다. 처음에 텀블러를 사는 데 비용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나무의 20년 세월을 생각한다면 그 돈이 아깝지 않을 듯하다.

이다예 건축물관리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일회용 컵을 당장 내일부터 쓰지 않는 것은 힘들 것이다. 습관이라고 하는 것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면 절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하루에 컵 하나만 사용하기처럼 조금씩 변화한다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내 주변 환경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해 볼 만하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한 사람, 두 사람 조금씩 자신의 컵을 사용한다면 도로도 깨끗해지고 그 길을 걸어가는 우리의 마음도 깨끗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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