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종민 청주시청원구선관위 홍보주임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과거 50~60년대에는 선거에 나온 후보자가 나눠준 고무신 한 켤레와 막걸리 한 사발에 사람들이 표를 줬다던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성숙된 시민의식 덕분에 '막걸리 선거·고무신 선거'는 사라지고 돈 안 쓰는 깨끗한 선거가 어느정도 정착이 된 모습이다.

그런데 깨끗한 선거만으로 제대로 된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까? 공직선거는 국민을 대신해 나랏일을 하는 일꾼을 뽑는 일이고, 그 일꾼이 나랏일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국민과 약속한 것이 공약과 정책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선거문화를 보면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연고주의, 조직 등에 의해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지난 18대 대선이 끝나고 선관위에서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정책이나 공약을 보고 후보를 선택한다는 답변은 27.4%에 불과했다. 유권자들이 공약을 자세히 보지 않다보니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당선 후에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겪고 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깨끗한 선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후보자의 뚜렷한 비전과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매니페스토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들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및 추진일정과 이에 소요되는 예산확보 계획들을 유권자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지칭한다. 그리고 각 후보자들이 나름대로의 매니페스토를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바로 정책선거, 매니페스토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공약과 정책을 잘 알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첫 번째는 선거를 앞두고 집으로 배달되는 선거공보를 잘 챙겨보는 것이다. 선거 공보가 도착하면 펴보지도 않고 버리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자의 공약과 정책은 국민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선거공보를 월급명세서를 확인할 때처럼 꼼꼼히 챙겨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선거토론회를 열심히 시청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인데 선거는 유권자 여러분들이 심사위원인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름없다.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서 당선자가 결정되는데 열심히 후보자들의 면면을 지켜보고 점수를 매겨야 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책·공약 알리미사이트에 방문해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정책·공약 알리미사이트에 후보자들의 10대 공약을 게시하고 공약마다 목표, 이행방법, 이행기간과 재원조달방안을 함께 담을 예정이다. 유권자 여러분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어느 후보자의 정책이 본인의 생각과 잘 맞는지 그리고 실현가능한 정책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민 청주시청원구선관위 홍보주임

이번 선거는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으로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기간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만큼 유권자 개개인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하여 후보자들을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투표 전에는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표 할 때는 소신있게 선택하는 유권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