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일신여자고등학교 수석교사 권태봉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정서순화나 인성함양을 하려면 독서지도나 음악, 미술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아닌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수목원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각종 꽃 축제에 참여하여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숲 관련 글을 보고 학교에서도 숲과 꽃을 잘 가꾸면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심신이 피곤한 학생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인성도 함양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다.

2015년 청주시청에서 1억 원을 지원받아 구 교실을 철거한 터에 학교공원을 만들어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물로 지역 주민들이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학교 진입로 난간에 사피니아와 국화를 심고 화단 한 쪽에 도라지를 심어 학생들이 가까이서 꽃을 보게 했다. 전영우 선생님과 꽃인사(꽃으로 인성을 키우는 사람들) 자율동아리를 만들고 학교에 건의하여 난간에 화분을 걸 수 있는 화분 받침대와 직사각형의 화분, 조루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꽃모종 구입 기금 마련을 위한 나눔 장터를 열어 꽃모 구입에 보탰다. 꽃은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하기 위해 청주농고에서 구입했다.

꽃을 보는 것은 좋지만 가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화분을 공중에 매달아 놓았기에 수분 증발이 빨리되고 여름철이라 강렬한 햇볕으로 인해 매일 물을 주어야만 했다. 평일에 물을 주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방학 때 화분을 관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학생들에게 담당 화분을 정해주고 물을 주도록 했지만 그 학생이 개인 사정으로 못 오는 경우 화분의 토양은 메말라가고 꽃은 시들어 줄기가 축 늘어졌다.

카톡방에 "꽃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세요. 목마른 꽃들이 주인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올렸지만 어느 화분의 꽃은 사막의 꽃처럼 왜소해 가기도 했다. 처음에는 급한 마음에 직접 물을 주었지만 나중에는 그대로 두고 그 가엾은 꽃을 학생들이 보게 했다. 내 사정으로 물을 안주면 꽃은 목마름으로 생사를 넘나들만큼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함으로 생명체의 존엄성 깨닫고 맡은 일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의 화분 물주기는 조금씩 나아졌지만 그래도 꽃은 목말라했고 나도 힘이 들어 내년에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줄어갔다. 그런데 3월 중순 지난해 공중화분에서 화단으로 옮겨 심은 국화 밑동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작년 가을 우리 학생들에게 아름다운과 향기를 선물하고 올해도 새싹으로 새봄이 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을이 오면 국화의 향기를 우리학교 교정에 가득 뿜어내고 예쁜 자태로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주리라.

학생들도 작년보다 덜 강조하여 꽃인사를 소개했음에도 자발적으로 여러 명이 모여 들었다. 작년에 소진되었던 몸과 마음이 어느새 충전되고 숲꽃자석에 이끌리듯이 청주시농업기술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4H회와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 숲 학생 체험학습 동아리 운영 신청서를 냈다.

올해에는 작년에 심었던 사피니아와 국화, 도라지에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등을 심어 학생들이 매 계절에 피는 꽃을 보게 하고 싶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소나무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해서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리하여 일년 내내 숲과 꽃을 통해 학생들이 인성을 함양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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