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영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한장면.(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뉴시스

노래 잘하는 가수를 가객(歌客)이라고 부른다. 가객이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또는 노래를 전문적으로 부르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는 관(官)에 속하지 않은 한객(閑客)으로서 풍류 삼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음악인을 이르던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고 술을 잘 알며 술을 즐기는 사람을 우리는 주객(酒客)이라 부른다. 또 문객(門客)이라는 말도 있었다. 문객이란 예전에 세도가의 집에서 붙어사는 사람으로 그 집안의 사병(私兵) 또는 모사(謀士)의 역할을 하거나 잡일을 돌보는 사람을 일컫는다. 당시 일부 권력자들은 수많은 문객(門客)을 권력 싸움에 이용하기도 했다. 문객을 한편으로는 식객(食客)이라고도 하고, 식객은 또 특이하게 그 가문(家門)에 장가든 사람 즉 사위를 뜻하기도 했다. 이밖에 초상집에는 문상객(喪客), 관광이 목적인 여행지에는 여행객(旅行客), 객지에서 머무르는 숙박객(宿泊客) 으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 까지는 모두 '손님'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과객(過客)이다. '지나가는 나그네'라는 말이다. 물론 그 용어는 그 전부터 익숙하다. 옛 시절 볼일을 보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숙식을 대부분 여관이나 주막에서 해결했지만, 그렇지 않고 오히려 그 지방의 유지(有志)나 부자 혹은 행세하는 집으로 찾아가서 주로 사랑방에서 그 집 주인과 담소(談笑)나 하면서 숙식을 하는 사람이다. 즉 공짜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출신 성분이 뚜렷해야 한다. 주인과 인사를 나눌 때 "저는 안동(安東) 어디 사는 누구집의 아무개 올 씨다. "그러면 아 ! 그렇다면 그 쪽의 누구를 아시는지요?"하고 묻게 되고 "그 어른은 바로 저의 당숙 되십니다." 하면 "아 그렇군요!" 그러면서 자연히 객(客)의 자리가 정해지고, 미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선객(先客)들과 서로 인사하고 계속 담소(談笑)가 이어진다. 당시로는 참으로 자연스런 풍습이다. 여기서 출신성분이 일단은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 안동의 누구누구 집안이라고 하면 금세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벌써 대접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좋은 집안 출신이고 재주 있다고 소문이 났어도 실제의 얼굴을 알기가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행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실력이 있고 똑똑해야 한다. 여기서 실력이라 함은 시문(詩文)이었다. 즉 詩와 文章이다. 그래서 한문 실력은 당연히 필수이다. 여기서 바둑 실력도 어느 정도 양념이 된다. 옛날에는 주요 담론(談論) 중 하나가 시문(詩文)의 짓기와 이해였기 때문이다. 여하튼 시(詩)는 잘 지어야한다. 그리고 문장(文章)은 잘 이해해야 한다. 문장 중에 어려운 한자(漢字)가 나온다든지 어디 다른 명문(名文)에서 인용 되었다는 것을 빨리 알아내는 것이 실력이다. 우리나라는 모두 중국의 문장을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똑똑하다는 것은 시대상황의 인식 능력 및 판단력이다.

필자가 청주에 와서 만나고 알게 된 지인들 중에는 예전처럼 훌륭한 선비반열에 대접 받을만하고 충분히 학식이 깊은 분들이 참으로 많다. 학식에 더하여 인품이 더욱 빛나는 분들도 여럿 계시다. 그 중에는 술을 즐기는 주객(酒客)들도 있으며, 시(詩)를 즐기는 풍류객(風流客)들이 있으며, 흥에 취해 노래하는 가객(歌客)들도 여럿 있다. 이제 청주는 문화도시에서 관광도시로 거듭나려한다. 관광도시가 되려면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외지에서 방문하는 여행객과 과객들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지역의 사람들이 중요하다. 과거와는 달리 관광의 패턴과 유행은 급속도로 변했다. 오늘날은 6차 관광시대이다.

김호일 사무총장

'6차 관광'이란 체험과 인문학중심의 지역탐구프로그램이 중심이 된다. 청주의 85만 시민들이 관광요소의 중심이 되고 청주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이 관광자원이 되어 인품(人品), 인성(人性)을 풍기는 '느림과 여유'의 고장 청주의 자랑꺼리가 될 때 우리 모두는 시객(詩客)이요 가객(歌客)이요 풍류객(風流客)인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취객(醉客)들도 아직 있다. 취객은 늦은 시간 이웃이나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류들이다. 만에 하나 아직은 그대가 취객에 속하는 부류라면 이제는 문화에 취하고, 예술에 취하고, 인생의 무심(無心)에 취하는 청주의 대표적 풍류객(風流客)이 되어, 전국 어디를 가든지 '청주에서 왔소이다!' 한마디면 다 통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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