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고용노동부, KOTRA,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으로 열린 2017 글로벌 취업상담회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메세지를 적어 소원나무에 달고 있다. 2017.05.11.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했다. 엊그제 취임 후 맨 첫 업무지시도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붙여놓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임기 중 공무원 17만4천명등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고용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표만 보면 고용시장에도 서서히 온기가 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고용한파는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실업자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업자 수는 117만 4천 명으로 9만9천 명 증가했다. 4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이고, 올 2월 135만 명 이후 최고치다. 실업자 수 증가 폭도 작년 9월 12만 명 이후 최대다. 실업률은 4.2%로 0.3%포인트 올랐다. 4월 기준으로 2000년 4.5% 이후 최대치다. 무엇보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2%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또 청년층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역대 최고다. 수치가 말해주듯 청년실업의 암울한 현실을 보면 도무지 희망을 찾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한국경제가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고용시장은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안정되고 질 좋은 일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미래에 절망하는 '칠포세대'에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독려하고 '일자리 수석'직도 신설하기로 한것은 일자리가 새 정부 제1의 국정과제임을 확인한 것으로 현실을 직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공일자리 확대에 집중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한편으로 우려스럽다. 일자리를 못 찾아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겐 솔깃한 공약이지만 투입되는 예산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한번 뽑으면 해고가 쉽지 않아 재정부담이 심해지고 인재들이 공직으로 몰리면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공무원과 공공일자리를 대폭 늘린다면 고용지표는 자연스럽게 호전될 것이다. 청와대에 걸린 일자리 현황판의 그래프도 쑥쑥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청년들에게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고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만 재원 확보에 난항을 겪는다면 장기적으로 나라가 빛 더미에 앉을 수도 있다. 비대한 공무원조직 때문에 국가부도에 직면했던 그리스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공공일자리도 필요하지만 일자리는 기업과 민간주도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경제 체질을 바꿔 고용의 질을 높이지 않고 오로지 공무원만 늘리는 식의 청년 실업 해법은 미래세대에게 부채를 물려주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자리현황판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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