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주석·아베 총리와도 통화
빠른 시일내 정상간 회담 공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통화를 하고 있다. 2017.05.10. / 뉴시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의 5개월여의 정상외교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해 한미동맹, 북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그간 어처구니없이 이어져온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즉, 외교적 왕따')을 일거에 날려버린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지난 5개월간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한 안보정세에도 대한민국은 철저히 배제돼 왔다.

특히 남북간 대화와 교류 통로가 모두 끊겨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한미 관계는 일방적인 미국 주도였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비용을 청구하는 등 한미FTA 종료를 언급하며 엄포를 서슴지 않았다.

우리와 상의 없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압박과 관여, 제재와 협상을 공공연히 언급했음도 사실이다. 또 중국을 중개자로 북한을 설득하는 등 군사적 압박과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양면 전략으로 미국과 중국, 북한간 3자 회담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오래된 밉상 일본은 미국과 찰떡궁합이 돼 우경화로 움직였고, 러시아는 한발 떨어져 한반도 정세에 침묵했다. 즉, 주권을 외세에 맡겼던 구한말을 연상케 해 왔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걸려온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2017.05.11. / 뉴시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 첫 날인 10일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11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이를 단번에 일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전화통화에서 북핵과 주한미군 사드배채 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시 주석이 먼저 문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전화를 걸어왔으며, 통화는 정오부터 40여 분간 이뤄졌는데, 중국 국가주석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전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최대 이슈인 북핵문제에 대해 "북핵 문제 해결은 포괄적·단계적으로 하며 압박·제재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도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폐기 위한 협상장으로 이끄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기본입장 즉,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뜻을 전달했고, 다시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안다. 서로 이해를 높여가며 양국간 소통이 조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하는 등 시 주 석도 이에 공감과 동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사드와 북핵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히면서 시 주석에게 "이른 시일내 직접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고,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양국은 이른 시일내 특사를 교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한·일 관계 발전 방향, 한반도 정세, 한·일 과거사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양국이 성숙한 협력 관계로 나아가는데 있어 과거사 문제 등 여러 현안들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러한 과제들을 진지하게 다뤄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착실히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기본 입장을 피력 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일본의 지도자들이 과거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은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기로 하는 등 상호 간에 방문을 초청했다.

전날(10일) 밤 10시30분, 문 대통령은 서울 홍은동 사저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선축하 전화를 받았다. 통화는 30여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 관계'(not just good ally but great ally)"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또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에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고, 이에 문 대통령도 이른 시일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화답했다. 따라서 조만간 한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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