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자료 사진 / 뉴시스

부산 출신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 고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동향 경남 거제도(巨濟島) 이다. 문 대통령의 부친은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과 같은 궤적을 밟았다. 대통령 부모는 6·25 한국전쟁 당시 공산주의가 싫어 '흥남철수'의 일원이 됐다. 함경도 흥남 출신인 부친은 1950년 12월 흥남부두에서 미군 화물선 '메러디스빅토리호'를 타고 월남했다. 이 때 정착한 마을이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 였다.

거제도의 주산 계룡산(570m)과 남동쪽에 위치한 선자산(507m)이 감싸 지금도 명당이자 길지(吉地)로 통하는 곳이라고 한다. '명진(溟珍)' 이라는 지명 자체가 '바다의 보배'라는 뜻이다. 전쟁이 채 끝나지 않았던 1953년 태어난 그는 부산 영도로 이사했던 7살까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요즘에야 명당 얘기를 하지만 아무 준비없이 미군 배에 올랐던 월남민들의 피폐한 생활은 말이 아니었을 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거제도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YS 집안이 거제도에 뿌리를 내리기 이전 충북 진천에서 대대로 살았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얘기이다. 그는 '김영삼 회고록'에 "10대조 할아버지가 충북 진천에서 거제도로 터전을 옮겼다"고 적었다. 김녕 김씨 충정공파 28대손인 김 전 대통령은 대략 200여년전 그의 조상들이 기름진 평야 진천에서 거친 섬으로 옮긴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무렵 사화가 빈발했던 것이나, 노론의 대가 송시열이 1679년 거제도로 유배를 당했던 팩트는 힌트를 제공한다. 삶의 터전을 거제도로 옮긴 YS의 10대 선조 형제들은 대계도(大鷄島)와 소계도(小鷄島)를 억척스럽게 개척해 어장 등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다 한다.

섬 출신 대통령은 또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 후광리 출신 아닌가. 하의도는 신안군 관내 1천여개에 달하는 섬 가운데 하나이다. DJ생가가 복원된 하의도는 부속섬까지 포함해도 면적은 34k㎡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통령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라 여전히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인섭 부국장겸 정치행정부장

YS는 자서전에 "고난과 역경에 처할 때마다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거친 바다가 가르쳐준 교훈 덕분"이라고 썼다. 3명의 대통령은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평화롭던 바다가 격랑으로 돌변하는 상황을 늘 경험했을 게다. 문재인과 김영삼, 김대중은 정치적 성향이 얼핏 같아 보이지만 '3인 3색'이라는 게 더 정확할 게다. 그러나 군사독재 시절 죽을 각오로 모든 것을 던져 싸웠던 공통점은 비켜갈 수 없다. 이들의 '도전과 성취'는 중국 고전 '통속편(通俗篇)'에 기술된 '불수고중고 난위인상인(不受苦中苦, 難爲人上人·극한 상황의 고생을 안해 본 사람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라는 대목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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