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삼중 장애를 딛고 저술가로 성공한 헬렌 켈러가 있기까지는 '교육의 힘'이 있었다. 그녀는 평생 두고 잊을 수없는 은사 앤 설리반선생에 대해 "내가 만일 눈을 뜬다면 제일 먼저 설리반 선생님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로부터 왕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라 했다. 스승은 인생을 앞서 경험하며 삶의 경륜과 인생의 깊이를 체득하며 살아온 분들이다. 스승은 지도와 같고 나침반과 같아서 스승이 없다면 혼란과 방황을 겪게 될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스승의 날 아침 교실에는 예쁜 꽃 한 다발이 꽃병에 꽂히고 담임선생님 가슴에 꽃 한 송이를 달아드리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러나 이제 '스승의 날'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선물과 촌지를 막는다며 문 닫는 학교도 많다. 이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은 아련한 옛 시절의 추억일 뿐일까?

50년 전 스승의 날을 제안했던 윤석란 수녀는 수년전 인터뷰에서 "스승의 날이 본래의 목적을 되찾으려면 선생님은 자신의 의무를 되새기고, 학부모는 자녀만을 위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옛 고향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다 보면 가슴에 크게 자리 잡은 것은 철없던 시절, 다정하시고 교육열 높은 은사님의 모습이다.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 은사님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오로지 타는 정열로 호롱불을 밝혀 밤을 지새우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꿈을 키워주셨다. 모두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세상에 무엇을 바라고 그랬겠는가.그러니까 사회에서도 선생님들에게 정신적인 대우와 존경을 보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교직,그것은 참으로 고달픈 직업이다.한 순간이라도 소명의식을 버리고는 그 위치를 가눌 수 없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안 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스승의 길은 자신을 불태우는 촛불과 같아서 고난과 인고의 여정인 것이다.다른 직업들은 직업의 내용과 생활이 얼마든지 단절된 의미와 내용을 가질 수 있지만은 교직은 그렇지 못해서 더욱 고달픈 직업이다. 하루 24시간 아이들과 주위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교육자의 운명이 아닌가.

현재 우리 사회에는 교단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망측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수업 중에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지고 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사실 선생님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며 그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과 삶의 좌표 역할을 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교권이 무너져가고 있다. 그래서 감사가 사라지고 교권이 무너진 교실에서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낼 미래를 생각하면 참으로 암울할 따름이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스승과 제자의 사제지도가 사라져가고 사회적 존경심마저도 희미해져 가는 외로운 길, 이제 존경받아야 할 스승의 자리는 교실 어디에도 없고 교육현장에는 소신껏 학생지도를 하기가 어렵다는 선생님들의 한숨 소리만이 요란하다.인성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학교를 비난하기 전에 사람을 믿지 못하고 스승을 존경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풍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푸른 오월이 다 가기 전에 지도층 인사들부터 자녀를 키워준 스승을 찾아가 인사드리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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