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축사.(자료 사진) / 뉴시스

충북은 올 들어 AI(조류인플루엔자), 브루셀라, 구제역등 가축전염병의 '진원지(震源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보은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불과 1주일 만에 주변 농장 3곳에서 4건의 확진 판정이 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다. 구제역뿐만 아니다. 작년 11월 16일 음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처음 터진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옥천에서 브루셀라가 올해 전국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처럼 일련의 가축전염병이 충북에서 주로 창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충북이 가축사육이 많은 8개 광역자치단체의 적법화 비율 순위에서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무허가 축사가 판을 치는 곳에서 가축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충북의 축산정책이 얼마나 무능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무허가 축산시설 비중이 높은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소·돼지와 닭·오리를 키우는 전국 축사의 절반 이상이 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무허가 시설로 밝혀졌다. 하천과 호수 오염의 주범이자 각종 전염병 발병의 근원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전국의 축사 절반은 위생환경이 극히 열악하다. 정화조를 갖추기는 커 녕 허술한 축사를 만들어 가축을 키우고 축사 처마를 길게 늘려 벽을 쌓아 창고로 쓰는 농가도 많다. 이런 불법 축사는 가축 전염병 발생 때 체계적인 방역이 어렵고 분뇨가 하천·호수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지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자체는 무허가 축사문제에 팔짱만 끼고 있고 농업인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적법화를 외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허가 축사를 합법화한 농가는 전체의 4.3%인 2천600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8개 도(道)의 적법화 비율은 경기가 9.6%로 가장 높고 전북 8.6%, 충남 6%, 경남 4.6%, 전남 4.1% 순이었다. 충북은 2%로 경북(2%), 강원(1.7%)와 함께 바닥권이었다.

이런 여건에서 가축전염병이 창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충북은 AI가 터져 살처분된 가금류는 경기·전북·충남에 이어 4번째로 많은 392만 마리에 달하며 브루셀라로 인해 살처분된 소도 265마리나 된다. 그런데도 충북도는 여전히 가금류와 우제류등 가축 전염병이 처음 발생한 배경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비율이 낮다고 해서 충북을 가축전염병의 진원지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무허가 축사로 인한 폐해를 감안하면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와 금강 상류 하천으로 폐수 등을 무단 방류해 적발된 환경법 위반 사례 88건 가운데 가축 분뇨가 그대로 방류된 사례가 19건에 달했다. 무허가 불법축사로 인해 환경오염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AI, 구제역, '녹조라떼현상'등은 막을 길이 없다. 적법화를 위한 적절한 유인책도 없고 농업인들의 반발이 무서워 불법축사 적법화 추진이 겉돈다면 가축전염병은 언제든 되풀이될 것이다. 당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 가축 살처분 보상으로 인한 혈세낭비와 농업인들의 피해를 막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위해서도 불법축사 적법화 사업은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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