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배경환 변호사

김주현(오른쪽) 전 대검차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봉욱 신임 대검차장과 이동하며 윤석열(왼쪽) 서울중앙지검장을 바라보고 있다. 2017.05.22. /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많은 신선함을 주고 있다. 특히 인사문제가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조국서울대 교수를 임명하고 돈 봉투 문제로 사의를 표한 이영렬 서울지검장후임에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팀장 윤석열 검사를 임명하였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검찰개혁을 위하여 검사장 직선제나 수사권독립, 공직비리수사처의 설치 등을 통한 권력통제방안이 수차례 논의되어 왔고, 문 대통령도 후보자시절 기회만 되면 검찰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적폐중 하나임을 지적하고, 그 개혁을 공언하였다.

사법시험출신이 아닌 인물을 민정수석으로, 윤석열 검사를 서울지검장으로 각각 임명한 것은 나름 큰 의미가 있고 파격적인 인사임은 분명하다. 윤석열 지검장이 전임 이영렬 지검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 후배이고, 직속 후임인 노승권 1차장 검사가 21기, 이동렬 3차장 검사가 22기로 윤 검사장의 선배기수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검찰인사관행을 고려하면 파격이라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운운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말이 검찰내 기수문화를 타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칼을 빼들었던 적이 있고, 이 과정에서 민변출신의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고, 당시 검찰인사에 기수타파가 단행된 것으로 기억한다. 검찰개혁에 대하여 매도당하는 느낌을 가졌던 검사들과 노 전 대통령은 직접 대화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고, 그 과정이 TV화면을 통하여 생중계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 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지요?"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마무리 하지 못하였고, 결국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오히려 검찰권력은 더욱 강해져, 아이러니하게도 노 전대통령이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말았다.

기수문화는 검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과 경찰 등 모든 공직사회에 있고, 나아가 민간기업이나 언론 등 사적 영역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유독 검찰의 기수문화가 왜 문제가 되는가? 그 이유는 검찰의 기수문화에는 몇 가지 독특한 현상이 있고, 이런 현상으로 인하여 검찰 수뇌부 몇 명에 대한 통제를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검찰조직 전체를 쉽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후임기수를 요직에 임명하면 선임기수는 미련없이 옷을 벗는 것이다. 후배가 선임이 되었으니 장유유서의 유교문화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겠고, 그만두고 개업을 하더라도 전관예우를 받으면서 쉽게 현실에 적응할 수 있다는 생각도 깔려 있을 것이나 검찰청법에 있는 소위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이런 현상이 생기는데 큰 몫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쉽게 표현하면 전국에 검사들이 수없이 많지만 검찰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는 어느 검찰청에 소속되어 있건 소속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르도록 하는 제도이다. 결국 모든 사건에 대하여 평검사는 소속 지청장의, 소속지청장은 소속지검장의 소속지검장은 검찰총장의 각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다보니 후배기수가 선임으로 임명이 되면 자연스럽게 상명하복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물러나는 것이다.

배경환 변호사

그러다보니 검찰의 몇 몇 고위직에 정치권력의 입맛에 맛는 검사가 임명이 되면 설령 유능한 검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옷을 벗게 되고, 결국 정치권력은 검찰을 시녀삼아 입맛에 맛는 통제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정치권력은 언제든 검찰권력을 시녀를 부릴 수 있고 근래 수년간 실제로 이런 현상으로 인하여 검찰이 정치권력의 시녀화하였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일들이 발생하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도 따지고 보면 정윤회사건이 문제가 되었을 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권력이 검찰수사를 방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으며, 검찰내 우병우 사단이라는 말들이 회자될 때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된 감찰만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지금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혁파되어야 능력과 소신을 겸비한 검사들이 오랫동안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야 검찰의 수사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며, 국민은 신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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