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정원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영화 '말하는 건축가' / http://movie.daum.net

청주시가 오는 7월 옛 연초제조창 부지 민간 사업자 공모를 시행한다. 이 민간사업은 2만1천20㎡에 1천718억 원을 들여 비즈니스센터, 복합 문화·레저시설을 짓는 큰 규모의 사업이다. 관계자는 "제안서를 낸 기업이 많다"며 민간 사업자 유치 성공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1945년 충북 영동군에서는 훗날 우리나라 건축사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축가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정기용(1945.08.14~2011.03.11)이다. 김수근을 통해 건축을 처음 접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와 MBC 느낌표 프로젝트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했다.

그가 1996년 무주의 공공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다. 면사무소의 설계를 맡았지만 도면은 그리지 않고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보고만 다녔다. 그리고 물음의 답으로 면사무소 1층에 홀수 날엔 남성이 사용하고 짝수 날엔 여성이 사용하는 남녀공용 목욕탕을 지었다. 그는 주민들을 만나서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라고 물어봤고 그에 대한 답으로 목욕탕을 지어줬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어봤기에 목욕탕은 고된 농사로 지친 군민들로 늘 만원이었다. 정기용은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2011년 세상을 떠났다.

이정원 디지털미디어부

새 정부는 5년간 총 50조원의 공적재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청주시는 7월 민간 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있다.

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노 젓는 배가 방향을 어디로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만약 우리에게 '감응의 건축가'가 살아 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청주사람들을 만나서 "무엇이 필요하십니까?"라고 물어보고 다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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