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정일영(오른쪽)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한기주 한국노총 인천공항 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이 29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서 열린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지난 12일 정 사장은 인천공항을 전격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말까지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1만여 명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17.05.29. / 뉴시스

정부는 인천공항 1만 명의 정규직전환을 선언하면서 노동정책의 포문을 열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고용부담금이라는 새로운 부담금도 추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부도 신설한다. 청(廳)의 부(部) 승격은 중소기업정책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노동정책과 기업정책의 근본적인 궤도 수정이 기대된다. 노동력의 다양한 품질, 확대되는 노동시장의 분화, 노동임금의 비현실성 등의 특수함을 고려한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판단된다. 동일노동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복지의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유도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기 위해 또 하나의 고용부담금제도가 추가되거나 비정규직 근로계약이 노동력 착취 대상이 된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발전적이지 못하다. 식상한 말이지만 근로계약의 다양성은 노동자와 경영자에게 퇴로를 줄 수 있는 유용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과 임금, 그리고 복지의 차별로 인해 긍정적 요소는 이미 사라졌다. 따라서 다양한 근로계약의 필요성에 대한 본질을 논의하기 전에 비정규직 철폐를 통해 차별을 제거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중소기업의 경영 측면에서 험난한 미래가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구조는 대기업 중심이다. 50인 이상의 약 10만개 중기업(3%)이 대기업을 받치고 있고, 하부에는 더 작은 기업들 약 30만개가 중기업을 받치고 있다. 산업구조의 뿌리는 중소기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 중소기업이 망해서 대기업이 흔들거린다는 사례를 본적이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차원이 다른 시장에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그동안의 중소기업 정책이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중소기업청 등으로 분화되어 있으므로 중기청이 정책을 주도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부로 승격시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총괄하면서 4차 산업혁명까지 지휘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현 산업구조에서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세부 과제를 보면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 해결할 과제가 많다. 노동정책의 주요 사항을 보면 정부는 근로기준에 명시된 주중 근로시간을 총 52시간까지만 허용하는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또한 시급 1만원을 3년 후까지 확대하고, 연간 1,800시간대 근로시간을 2012년까지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일자리를 나누어 많은 사람이 취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물론 많은 노동자들은 연 15% 이상의 시급 인상을 반기고 있다. 필자 또한 기업 경영자가 아닌 이상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의 미래는 험난하며 시급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여러 가지 이유로 중소기업의 현실이 녹록치 못하다. SNS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시급 1만원도 못주는 고용주는 사업을 접으라고 맹렬히 힐난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예로 가장(家長)이 가계비를 3년 내에 50%나 올려주는 것이 쉬운 일인가. 또한 법이 초과수당을 과도하게 올린다고 해도 중소기업이 인력채용으로 늘려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은 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부를 신설하여 혁신적인 지원정책을 하고자 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면도 깊게 연구해야 한다.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이미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은 넘쳐난다. 정책 추진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복지원, 부실지원, 부처 간 유사정책은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 중심이든 기업 중심이든, 그리고 성장 중심이든 분배 중심이든 노동정책의 본질적 개념이 정리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제한을 강제하는 것이 고용을 위한 정책이라면 성장과 분배에 대한 개념을 좀 더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에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정부의 정책을 탓하기보다는 대세의 흐름으로 인정하고 시급히 수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업의 비정규직 전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에게 고용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은 해당 주체는 다르다고 해도 스마트한 정책으로 인정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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