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이번에 한화이글스 감독의 석연치 않은 중간 경질의 소식을 접했다. 그 후 수장을 잃은 이글스는 8연패의 늪에 빠졌고, 이글스 팬인 필자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갈 지경이다. 감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감독의 진심이 아닌 사직의 의사표시를 공론화하여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회사의 직원들 앞에서 실제로 회사를 관둘 의사가 없음에도 당시 감정을 못이겨 "에이 XX, 더러워서 회사 못다니겠다!"라는 말을 해 본 독자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필자도 아마 조직생활을 하던 시절에 그런 말을 가끔 했던 기억이 있고, 그런 감정섞인 말을 뱉어내면서 고단한 회사생활을 버티곤 하던 동료들의 모습도 종종 보았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은 회사 사장이 "오냐 잘됐다."면서 "너의 회사 사직의 의사표시를 받아들여 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아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경우는 당시의 격한 감정이 느슨해질 만큼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쏟아낸 감정의 배설물은 미운정으로 바뀌어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며 약속된 시간동안 서로 조심스럽게 지낼 것이고, 이글스 구단과 감독과의 관계도 그렇게 되었으면 했다. 그러나 막장까지 간 경우에는 그냥 그쯤에서 서로의 인연을 아쉽지만 끝내기도 할 것이고, 필자의 눈에는 이번 이글스 감독의 경질이 그런 모습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경우는 한쪽의 사과로 마무리되어 명확한 갑을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보통 이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많고, 보통 가장인 근로자들은 자존심을 구기더라도 가족을 생각하기 마련이고 사용자도 구태여 근로자들을 인간적으로 괴롭힐 만큼 사악하지 아니하여 최종승자는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실 위의 모든 경우는 법적 분쟁으로 번지지 않고 적당하게 정리된다.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계속 근로관계 설정의 의사가 서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간의 의사가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법 적용의 영역으로 넘어 온다.

즉, 근로자가 감정적으로 사표를 던졌는데도 사용자가 사과하면서 사표수리를 안해주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표를 회수하지 않으면 근로자가 사표를 던진 후 1달이 경과하면 고용관계는 종료된다. 그러므로 사용자로서는 그 근로자를 잡아둘 길이 없어지니 근로자는 법적으로 감정싸움의 최종승자가 될 것이다. 그와 반대로 못다니겠다고 감정을 터트린 근로자 쪽에서 "너도 알다시피 진심으로 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아니었으므로 계속 회사에 남겠다."고 하였음에도 사장이 "너의 뜻은 알고 있지만, 너는 사표를 이미 제출했고, 난 이미 사표를 수리하였으니 법대로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가 아마도 근로관계에 관한 감정의 싸움에 있어서 최악의 경우일 것이다.

대개 이러한 경우 민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사장이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심이 아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해당하여 근로자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무효가 되어 사용자의 사직처리는 부당해고가 된다. 결국 감정싸움의 최종 승자는 근로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아가, 법대로를 외치면서 근로자에게 나가주십사했던 사용자는 출근을 못하게 했던 기간동안의 근로자의 급여도 오히려 법대로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런 경우를 상정해 보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상 성실한 근로제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분상 충성서약을 강요하면서, 그러지 못할 경우 사표를 쓰라고 종용했다고 치자. 매일 마주치는 사용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이 격해진 근로자가 "더러워서 일 못해먹겠다"고 사표를 던지고, 이에 사용자가 "옳다구나"고 사직처리를 한 경우의 결론은 어떠할까.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필자는 우선 법을 떠나 사용자 인격을 의심할 것이고, 법적으로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근로자의 복직은 물론이고, 그가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급여까지 책임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법으로는 그만큼 하면 될 터이지만 다친 근로자의 마음은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까. 이에 악질적인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입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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