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도종환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충주출신 신경림과 함께 충북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재선 국회의원인 도종환 의원이 문화체육부장관에 내정됐다.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뒤 회한과 슬픔을 애절하게 엮어낸 시집 '접시꽃당신'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시인이기도한 도 문체부장관 후보자는 문인으로서는 드물게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도 후보자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역시 청주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문체부장관을 지냈으나 최순실 게이트로 곤혹을 치른 김종덕 전홍익대 교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소신과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문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정권의 이익만을 쫓아간다면 평생 쌓아올린 시인으로서 명예가 실추될 수도 있다.

도 후보자는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로 굴곡진 인생을 보냈다. 1977년부터 청주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전교조에서 활동하다 해직된 이후 재야에서 교육운동과 문예 활동을 병행해왔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 복직돼 2003년까지 교사로 재직했으나 40대에 지병때문에 교사직에서 물러난 뒤 보은 산골짜기에서 10년간 요양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거쳐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20대 총선에서는 노영민 의원의 불출마선언으로 자리가 빈 청주 흥덕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정치인 이전에 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는 '스타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현실 비평과 서정성, 대중성, 공동체 연대 정신을 골고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02년 이후 교과서에 실렸다. 하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그의 시를 교과서에서 제외할 것을 출판사에서 권고해 파문을 일으키자 도 의원은 국회 신상발언 도중 대형모니터에 詩 '흔들리며 피는꽃'을 올려 도하 각 신문 정치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시인이자 정치인 도종환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새롭게 각인시켰다.

도 후보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도 앞장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연극의 연출가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문체부 측이 심사위원들을 압박했다는 내용을 밝혀내면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도 후보자의 시 '멀리가는 물'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매머드급' 캠프 구성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반박했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를 기념해 헌시 '운명'을 쓰고, 봉하마을 추도식에서 이를 낭독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신임이 장관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장관은 문화, 체육, 관광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행정경험이 부족하면 관료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 특히 역대 장관들이 그렇듯이 청와대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수행하는 로봇 장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김종덕 전장관은 언론에 재임시절 자신은 허수아비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윤선 전장관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구속돼 정치인으로 치명상을 당했다. 도 후보자는 문화계의 편 가르기로 인한 '블랙리스트'사건이 가져온 파장을 곰씹어야 한다. 장관으로서 뚜렷한 소신과 균형감각을 잃는다면 새 정부의 문화체육관광 정책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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