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쓰레기 무단 투기'나 '상습 침수'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리빙랩(Living Lab)'이란 새로운 방법론이 부각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리빙랩이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직접 나서서 현장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용자 참여형 프로그램'입니다. 미국 MIT대의 미첼(W.Mitchell) 교수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서 일명 '살아있는 실험실' 또는 '우리 마을의 실험실'이라고도 불립니다.

약간은 생소해 보이는 이런 방법론이 도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첼 교수는 "대부분의 과학기술이 '사용자 요구'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 몇몇 뛰어난 과학자들의 능력에 의해 이루어진 '공급자 중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갈등이나 안전, 또는 환경과 같이 정작 해결이 시급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리빙랩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또는 사물인터넷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들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수렴한 뒤에,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로 리빙랩의 핵심입니다.

리빙랩을 추진하는 목적은 사안별로 다르지만 크게 보면 '지역 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경우'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경우'로 분류됩니다.

지역 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리빙랩의 사례로는 서울을 상징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북촌'과 대전의 상습 침수지역인 '갑천' 등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전통 한옥마을로 유명한 북촌은 지난해 말 리빙랩을 처음 도입하면서 현재 사물인터넷 시범지역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리빙랩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북촌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전통 한옥마을 때문입니다.

북촌이 유명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는데, 그에 따라 주차와 소음, 그리고 쓰레기 문제 등이 함께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받는 고통도 늘어나게 되었던 것.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우선 북촌의 쓰레기 문제를 중심으로 리빙랩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사물인터넷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북촌이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관광객이 아무데나 버리고 가는 쓰레기 때문이었는데, 과거에는 이 같은 문제를 단속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고 관광객들과의 마찰만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리빙랩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단속으로 문제를 하기 보다는, 지정된 쓰레기통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을 때 이를 사물인터넷이 인식하여 지역 내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스마트 쓰레기통'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촌의 '스마트 쓰레기통' 프로젝트가 서울을 대표하는 리빙랩 사례가 되었다면, 갑천의 '건너유' 프로젝트는 대전이 안고 있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전의 갑천은 예전부터 비만 오면 하천이 범람하는 상습 침수 지역으로 유명한 곳으로 비가 올 때 돌다리를 건너다가 발생하는 인명사고가 매년 빠짐없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러나 대전시가 드론과 CCTV 등을 이용하여 하천의 상태를 상시 촬영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치를 하천변에 설치하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주민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하천의 상태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사고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전시의 관계자는 "이제 주민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길을 나서기 전 하천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라고 전하며 "하천의 높이가 위험하다 싶으면 기다렸다가 나가거나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인명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역 현안의 해결 외에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리빙랩 프로젝트도 눈길을 끕니다. 휴대용 안저(eyeground) 카메라를 개발 중인 이화여대의 김윤택 교수는 실명의 원인인 망막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해 이 같은 독특한 카메라 개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안저(eyeground)란 눈의 동공을 통해 안구의 안쪽을 들여다보았을 때 보이는 부분인 망막 및 망막혈관 등을 종합하여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안저 카메라는 안저의 상태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가리킵니다.

김 교수는 안저 카메라 개발을 위한 리빙랩의 목표에 대해 "망막 질환은 조기 발견을 통해 증상을 대폭 완화시킬 수 있지만, 이를 발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기존의 휴대용 안저 카메라는 너무 비싸서 사회적 약자들이 사용하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하며 "추진 중인 리빙랩의 목표는 휴대가 가능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안저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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