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백련사 관련사진/ 뉴시스

충북교육청이 도내 각급학교 공무원행동강령책임관과 청렴업무담당자 120명을 대상으로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실시하고 있는 '청렴교육'이 관광성나들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렴교육 프로그램의 이름은 위대한 실학사상사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호를 따 '다산(茶山) 체험프로그램'이다. 30대 초반에 한양과 수천리 떨어진 외진벽지인 강진으로 유배를 간 다산은 고독과 곤궁(困窮)에 시달렸으나 조선실학의 산실로 불리는 '다산초당(茶山草堂)'에서 '목민심서(牧民心書)', '흠흠심서(欽欽心書)'등 5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펴냈다.

청렴교육을 위해 공직자의 청렴정신을 설파한 다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행사내용을 보면 청렴교육이라기 보다는 한가한 관광성 프로그램 성격이 짙다. 중부매일 보도에 따르면 연수 일정 중 청렴의식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는 첫날 80분짜리, 둘째날 90분짜리 프로그램이 전부다. 나머지는 백련사를 방문해 다도체험과 동백 숲 탐방, 산책 등 현장체험을 거쳐 다산기념관을 관람하거나 고려청자박물관과 민화박물관을 관람하는 일정으로 짜여 져 있다.

충북교육청은 "다산의 정신과 선생의 역사적 발자취를 느끼며 자신 스스로 청렴 마인드를 함양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이라고 밝혔으나 1천800만원의 예산을 들인 프로그램 치고는 교육내용이 부실하다. 청주시 수곡동 국민권익위 청렴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청렴교육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곳은 청렴콘서트, 청렴연극, 청렴소양 특강, 자신의 청렴역량 측정, 청렴실습, 분임토의 등 깊이 있는 강의와 참여 실습을 병행해 교육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왜 청렴교육이 필요한지 체감할 수 있다.

청렴교육이 충북교육청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교육계의 비리근절은 요원하다. 최근 몇 년간 충북교육계는 잊을만하면 비리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2년전 지능형로봇 납품특혜사건뿐 아니라 근무성적 평정을 조작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김병우 교육감은 100만 원 이상 횡령하거나 금품 및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고발하는 내용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 지침'을 마련한바 있다. 뿐만 아니라 3년 전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제'라는 칼을 빼들기도 했다. 10만 원 이상의 촌지를 받으면 파면 또는 해임 등 중징계 한다는 내용이다. 김 교육감이 뿌리깊은 교육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교육자들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리를 서슴치않고 저지르고 있다. 작년 말에 발생한 청주 모 초등학교 교장의 800여만 원 공금유용사건은 일부 지각없는 교육자들이 뇌물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일부 교육공무원들이 비리에 둔감한 것은 당사자들의 자질도 문제지만 각 학교 공무원행동강령책임관과 청렴업무담당자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청탁방지법(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공직비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더욱 엄격해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충북교육청이 관광성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형식적인 '청렴교육'은 예산낭비라는 지적만 받을 뿐 실효성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