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삼양초 수석교사 김복숙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수석선생님, 이번에도 책 읽어 주실 거지요?"

2학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그림책 읽어주기 수업을 했던 아이들이 5학년이 되어 다시 만난 첫날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채 묻는 말에 좀 당황스러웠다. 책을 읽어줄 때 가장 말썽을 부렸던 아이가 책읽어주기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이 놀라웠다.

"선생님이 책읽어주는 수업이 재미있었니?"

"네, 학교 수업 중에 제일 재미있었어요. 노는 것 같았는데 생각이 많이 나요."

아이의 대답을 듣고 있자니 '지각대장 존'을 읽어주던 날 존에게 벌을 주는 담임선생님의 반응에 흥분하여 교실 앞쪽으로 달려 나와 목소리를 높이던 개구쟁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아쉽게도 5학년 아이들과는 다른 교과 수업을 하느라 그림책 읽기 수업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교원능력개발평가가 끝나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던 중 내년에는 꼭 책읽기 수업을 해달라는 몇몇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호기심과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순간들과 내 손끝으로 표현했던 등장인물들의 마음과 풍경들, 책장을 덮을 때 남겨진 여운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올해에는 저학년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지원하게 되었다.

집중놀이로 시작하여 그림책을 읽어주기로 이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궁금한 점, 새롭게 알게 된 점, 생각한 것 느낀 점 등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말하기 쑥스러워 마음속에 간직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배움 열매 맺기를 위해 몇 가지 예시자료를 만들어 주었지만, 8회 정도가 진행된 지금은 자기 생각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주면 그 다음엔 자기세계에 빠져들어 시간을 잊은 채 배움 열매 맺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배움의 열매를 읽을 때마다 최은희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라는 책 제목이 떠오른다. 지난주에 함께 읽었던 피터 레이놀즈의 '점'에서 맺은 배움열매에서는 속도를 내는 아이들의 성장을 읽을 수가 있었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린다. 옛날에(5살) 나도 그림을 못 그린다고 애들이 놀렸는데 그림을 자꾸자꾸 그려보니까 잘 그리게 돼서 애들이 놀리지 않고 선생님이 많이 칭찬해 주셨다. 그래서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겨 그림을 잘 그리게 된 것이다. 난 칭찬 받는 게 너무 좋다.'

'점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다.'

'점을 읽고 나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된다는 걸 알았다.'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이 신기하다고 믿는다. 우리 집 벽지는 내가 만들 거다.'

'베티는 그림을 못 그렸는데 선생님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라고 해서 베티는 용기가 생겨서 점을 그렸다. 내 동생도 내 눈에는 그림을 못 그리는 것 같다. 다음부터는 동생이 잘 그렸냐고 물어보면 잘 했다고 해야겠다. 동생한테 미안했다.'

삼양초 수석교사 김복숙

아이들은 '점'이라는 그림책을 읽고 내 생각을 드러내고 생활을 보여주고 따뜻한 마음도 보여준다. 미래 모습에 대한 야무진 꿈도 보여준다. 우리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읽고 지지해 주기만 해도 될 것 같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읽는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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