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농작물 논, 밭 등 55ha 피해 발생...38억원 긴급 추가 지원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최근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충남·북 등 충청지역 곳곳에서 저수지와 소하천 등이 모두 말라 농경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저수지 용수가 논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농작물이 말라 고사하거나 가뭄으로 밭이 갈라지는 현상 등 자고일어나면 가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뭄 사상 '최악의 상황'...농민들 허탈

지난 주말 충북일원에 소나기가 내렸으나 가뭄 해갈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 가운데 24일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저수율이 약 20% 정도로 물이 빠진 진천군 초평저수지 바닥 곳곳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초원을 보는 듯하다. /김용수

특히 일부지역은 저수지 물이 말아 사상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올해 전국에 내린 비는 189.1㎜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누적 강수량으로 가장 적다. 평년에 견주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42%로 평년(59%)을 크게 밑돌고, 보령댐은 총 저수량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기상청은 다음달 초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장마에도 충분한 비가 내린다는 소식은 없어 농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비소식은 언제?...내달 장마와도 해갈엔 '역부족'

올해 충북지역 장마가 예년보다 일주일 넘게 늦어진 다음달 초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 극심한 가뭄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기상지청은 정체된 기압능이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으면서 예년이면 시작됐을 장마가 일주일 넘게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체된 장마전선은 다음주 후반쯤 북상하면서 제주도를 시작으로 내달 초에는 충북지방에도 점차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장마가 늦어져 기간이 짧아지면서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보여 가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우제(祈雨祭) 등 잇따라 열려

청주흥덕발전협의회(회장 안병인)는 지난 23일 흥덕구 강서1동 부모산 모유정에서 농악회원들과 주민들이 100여 명 참석한 가운데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청주 흥덕구 강서1동 부모산 모유정에서는 지난 23일 오전 11시 강서1동 농악회원들과 주민들이 100여 명 참석한 가운데 흥덕발전협의회(회장 안병인)주관으로 열린 기우제를 간절한 마음으로 지냈다. 이날 기우제를 주최한 흥덕발전협의회는 흥덕구 전·현직 주민자치위원장 등으로 구성돼 지역의 현안문제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맛대고 슬기롭게 해쳐나가기 위해 모인 자생적 협의체이다.

이날 활동에 참여한 강서1동 김왕기 동장은 "AI와 가뭄으로 지역농민들이 어렵지만 기우제를 지내며 나타난 주민화합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 가뭄이 해갈되길 기대한다 "며 "앞으로도 강서1동 직원과 직능단체일동은 앞장서서 지역문제 해결과 주민화합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 충북 보은 오성산 정상 삼년산성에서 정상혁 군수와 군의회 의원, 농민 등이 모여 하늘에 지성을 드리면서 비를 염원했다.

바싹 마른 들녘에서 하루가 다르게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바라보다 못한 보은군과 농민들이 하늘의 힘이라도 빌려보자는 간절함을 담아 마련한 기우제(祈雨祭)다.

행사가 열린 삼년산성(사적 235호)은 신라 자비마립간 12년(470년) 축성됐다고 전해지며, 주민들이 새해 첫 태양을 맞으면서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곳이다.

가뭄이 극심했던 2015년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는 마술 같은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제를 주관한 정상혁 군수는 "혹독한 가뭄으로 인해 한창 푸르러야 할 농작물이 맥없이 시들고, 농민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며 "오성산의 영험한 기운이 하늘에 닿아 시원한 빗줄기를 볼 수 있기 바란다"고 기원했다.

정부·충북도 대책

이에 따라 정부와 충북도 등 지자체는 가뭄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관정이나 간이 양수시설 등 용수원 개발에 가용재원을 최대한 투입하고, 물이 풍부한 담수호, 하천 등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수계를 연결하는 긴급 급수대책도 앞당겨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 265억원의 특별교부세 이외에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충북도도 마른 장마에 대비해 가뭄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시키고,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예상돼 종합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농작물 논, 밭 등 55ha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도내 6개 시·군 28개 마을에 대해 600t 정도의 운반급수가 필요하다"며 "상시 비상체계를 유지하며 저수지 준설, 관정개발 등 농업·생활용수원 확보 위한 긴급 예산 38억원을 추가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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