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과학기술과 법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과학기술은 법이 형성, 발전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치며, 반대로 법으로 인하여 과학기술이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종전의 법규범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가 출현하는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법규범을 형성한다. IT기술과 BT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통신관계법과 바이오관계법이 새롭게 형성되고 발전한 사례가 그것이다. 새로운 법규범 대신 종전의 법규범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여 대응하기도 한다. 종전의 저작권제도나 특허제도에 신기술에 관한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포섭하도록 확대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법으로 인하여 과학기술이 발전하기도 하고 억제되기도 한다. 즉, 법을 제정하여 인간에게 유익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적극 지원하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회윤리와 질서를 훼손하는 기술의 경우 그 개발과 이용을 엄격히 규제하면 기술발전이 억제된다. 과학기술이 법규범을 대체하거나 폐지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입찰에 의한 계약자동화로 계약규범이 대체되거나, 유전자검사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재혼금지기간제도가 폐지되는 것들을 들 수 있다. 소위 법규범의 코드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첨단과학기술의 개발과 이용은 법규범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가 미처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커다란 법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각종 제품과 서비스의 등장이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은 인간의 지각, 추론, 학습 능력 등을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구현함으로써 특정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스스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할 수 있는 기계장치가 인공지능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기술이나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적용되고 있어 급속한 사회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새로운 법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인공지능로봇이 비서역할을 수행하고, 의료진단과 처방을 시행하며, 법률서비스와 금융서비스를 대행한다. 이와 같은 기계적 활동뿐만 아니라 신문기사를 작성하고, 영화를 만들며, 디자인을 제작하는 등 전통적으로 인간의 영역이었던 창작 활동까지도 수행하고 있다. 로봇은 이제 특정분야에 있어서 인간을 대체하고, 오히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로봇이 마치 인간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로봇에게도 일정한 법적 권리와 책임을 부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현안 문제로 대두하였다. 즉, 인공지능로봇에게도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부여하고, 인공지능로봇으로 인하여 특정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로봇에게도 일정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이다. 그러나 현재 이에 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현대의 법률이론과 운영체계 하에서 그에 대한 명쾌한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공지능로봇에게도 마치 사람과 같이 일정한 법적 주체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두된 것이 소위 '전자인(electronic personhood)'이다. 전자인(電子人)은 말 그대로 전자인간 즉, 전자적 결정체로서 인간과 같은 존재이다. 이것은 현대 법률에 있어서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인정되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의 자연인(自然人)과 법적으로 인격이 부여된 법인(法人)에 추가하여 새로운 법적 권리주체(電子人)를 창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의회는 금년 1월 이미 인공지능로봇을 '전자인'으로 지정하는 것을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은 아직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그와 같이 지정을 한다는 결의를 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매우 크다.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만일, 인공지능로봇을 '전자인'으로 규정하고 법적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인정할 경우, 그동안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현대적 법률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멀지 않아 사람과 로봇이 상호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에 적합한 사이버 법률이론을 창설하여야 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것은 법률가를 비롯하여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고민해야할 일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 정확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정말로 미래 로봇사회가 지금 도래하고 있는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