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칼럼] 임정기 편집국장

직지 다큐멘터리 영화 '직지코드'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1377년 고려우왕 3년 제작)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돼 관심을 끌고있다.

지난 23일 청주에서 시사회를 가진 영화 '직지코드'는 오는 28일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직지'는 그동안 다큐멘터리, 오페라, 연극,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대중에게 다가섰지만 영화로 제작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직지'는 승려 백운화상이 석가모니 부처(1372년)와 인도, 중국의 이름난 고승들의 말씀이나 편지 등에서 뽑은 내용을 수록해 놓은 책으로 선불교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책은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되었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유일하게 그것도 첫 장이 없는 하권만이 남아 있다. 직지심체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온 말로 그 요체는 참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직지'의 탄생 배경엔 사제(師弟)간의 깊은 정(情)도 엿볼 수 있다. 백운화상이 입적(1374년) 하자 그의 제자 석찬과 달잠은 스승의 뜻을 전하기 위해 묘덕의 시주를 받아 청주목 근교 흥덕사에서 책을 간행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직지'는 같은 금속활자로 찍은 독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보다도 78년이나 앞선다. 이는 우리가 서양에서는 당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속활자 인쇄술을 가진 우수한 문화민족임을 입증한다.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인쇄술과 앞선 시대정신은 오늘날 정보통신 강국으로 대한민국이 자리매김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지로부터 시작된 정보혁명은 오늘날 인터넷 시대를 활짝 열었다. 정보의 공유와 빠른 소통은 첨단 뉴미디어 시대 새로운 인류문명의 발전을 선도한다. 향후 5년 아니 10년 후의 정보통신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마저 불가하다. 그렇게 직지가 인류의 정보통신 문명 발전에 기여한 점은 가늠 조차 어렵다..영화 '직지코드'는 서양 중심의 사고와 그 편견에 대한 일침이다. '직지코드'는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이 고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된다. 제작진은 파리 국립도서관, 이탈리아 바티칸, 스위스 바젤 등 유럽 5개국 7개도시와 국내 범어사와 해인사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을 돌며 숨겨진 직지의 비밀을 풀어나간다. 특히 구텐베르크의 성서 보다 직지가 앞서 제작된 것이 사실이며 기존에 알려진 것 보다 200여년 앞선 1333년에 이미 유럽의 선교인들이 고려에 와 있었다는 교황청의 편지 등을 제작과정에서 밝혀낸 것은 큰 성과이다. 더욱이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우리는 '직지'를 간행한 청주흥덕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흥덕사지의 발견은 극적이다. 직지 하권 마지막 장에는 '선광칠년 정사칠월일, 청주목외흥덕사주자인시'라는 '간기(刊記)'가 선명하다. 이는 직지를 언제 어디서 어떤 인쇄수단으로 발행했는지를 알려준다. 당시 국내 학자들은 흥덕사에서 직지를 찍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흥덕사의 위치를 전혀 몰랐다. 그런 가운데 1985년 한국토지공사(LH 전신)가 시행한 청주운천동 택지조성공사 중 연당리 절터(현 흥덕사지)에서 금구(청동으로 만든 북)가 발견 됐다.연당리 절터 발굴 조사가 끝나갈 무렵 당시 김영진 청주대학교 박물관장은 금구가 발견 됐다는 신고를 받고 심장이 꿍꿍 뛰었다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는 당시 포클레인에 의해 두 동강이 난 금구에 서원부 흥덕사란 명문이 새겨진 것을 보고 이곳이 직지를 간행한 흥덕사임을 직감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그는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금속활자를 찾았지만 활자대신 황통10년에 제작된 청동불발을 발견했다. 당시 한범덕 전 청주시장이 문화재청에서 근무했는데 김 관장이 흥덕사지 발굴을 문화재청에 보고하자 이를 한 전 시장이 장관에게 보고해 사적으로 가지정 받고 훗날 사적 315호로 지정 받게된다. 이렇게 만천하에 드러난 흥덕사는 직지의 가치 만큼 소중하다.이렇게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1234년 금속활자로 '고금상정예문'을 찍었지만 전해지지 않는다. 또 직지보다 138년 이상 앞선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증도가자(證道歌字)'는 최근 국가문화재 지정이 좌절됐다. 문화재청은 서체 비교 및 주조,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신청에 대해 부결 결론을 내렸다.

임정기 편집국장

우리는 영화 '직지코드'를 계기로 직지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더욱 널리 알려야 한다. 독일은 구텐베르크의 성서를 앞세워 작은 소도시인 마인츠시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전시켰다. 청주시는 직지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9월 4일을 직지의 날로 제정, 홀수년도에는 유네스코 직지상을 짝수년도에는 직지축제를 열고 있다. 우리의 금속활자 인쇄술의 우수성과 세계사에 끼친 영향을 더 찾아내고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한 재조명과 체계적인 연구 등 지자체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적인 재정지원, 그리고 연구 인력 양성 등이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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