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조미수 무용단의 '1095號' / 중부매일 DB

2017년 제26회 충북무용제가 충청북도와 충북무용협회(회장 류명옥) 공동 주최로 지난 6월 28일 청주아트홀에서 열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춤꾼들의 창작력과 그들의 춤 기량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니만큼 매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무대다. 지난해에 한국무용 1개 팀과 현대무용 2개 팀과 달리 올해는 현대무용 3개 팀이 기량을 겨뤘다. 이들은 충북예고 선후배들로 윤보경, 조미수, 이지희의 안무로 선보였다.

이번공연에서는 조미수의 '1095 號', 이지희의 'Moon Light'에 주목해 보려한다. '流댄스컴퍼니' 조미수의 '1095 號'은 빛바랜 가족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이다. 제목에 나온 1095호는 1905호에 살고 있는 가족(형제ㆍ자매)이 사진 찍는 날에 대한 에피소드를 그렸다. 어스름한 조명 속 중앙무대에 의자가 등장하고 남녀는 의자를 가지고 뺏고, 뺏기기를 반복한다. 이들은 의자에 앉고 오르내리고 매달리고 미끄러지고 거꾸로 서는 등 작은 공간에서 2인무로 자신들의 내재된 면을 과감하게 펼쳐 보였다. 이윽고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되고 카메라셔터에 따라 후레쉬가 터진다. 함께 모인 가족 4인은 의자에서 만나 등을 지기도 하고 얼굴을 대하기도 하며 춤을 추며 가족의 존재와 사랑을 보여줬다. 이들은 가족애를 보여주고자 팔의 동선을 사용했다. 춤을 제시하기보다는 주로 천천히 움직이는 팔의 동작과 모양으로 가족의 관계성을 표현하려 한 듯하다.

'1095 號'는 가족사진이라는 주제를 잘 전개해 갔으며, 이작품의 매력은 조명과 세심한 움직임에 있었다. 또한 4인의 표정들이 서로 반응하며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조미수의 안무력은 눈여겨볼 만했으며 작품에 잘 스며들었다. '김복희무용단' 이지희의 'Moon Light'는 사회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때론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고받고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해 잔인해지는 인간의 나약하고 애처로운 모습을 그려낸다(프로그램)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얀 잠옷 같은 느슨한 원피스의 옷을 입은 한여성(이지희)은 마치 즉흥무를 추듯 자유롭게 몸을 움직인다. 이후 장면이 전환되어 멜빵바지를 입은 세 명(윤혁준, 장준혁, 맹종남)과 달리 한 남성(김경일)은 상체는 드러내고 하체는 검은 망사로된 옷을 입었다. 네 명의 춤꾼들은 몸을 던지고, 흔들었으며 한 남성을 억압하는 동작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찬주 이찬주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이지희는 부드러우면서도 선이 곱다. 그녀는 양발을 벌여 고개를 숙이거나 두 팔을 크로스하거나, 고개를 숙여 긴 머리가락을 덮게 만들며 고독한 모습이 온몸으로 느껴지게 했다. 'Moon Light'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 지닌 내적 고통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머리에 고깔을 쓴 두 명의 춤꾼들이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고, 쭉쭉 뻗은 두 팔은 기호학적 장면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앞뒤의 연결성에 대한 의미적 해석이 필요해 다소 아쉬웠다. 움직임을 넘어 구성이라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상처 없는 세상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감성적 표현은 풍부했다. 올해 충북무용제에서 선보인 세 명의 젊은 안무가, 이들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현대적 감각을 포괄한 재미난 작품으로 유쾌한 인상을 남겼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