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강덕 청주시 환경관리본부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유난히 낙천적이며 오지랖이 넓은 성격으로 따르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많았던 탓에 늘 바쁘고 분주했던 너의 대학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런 사랑하는 맏딸 현진이가 시집을 간다니 그 동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한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 아빠 엄마 곁을 떠나는 너를 보내며 준비 못한 이별 앞에서 막상 맏딸을 머나먼 이국땅으로 시집보내자니 마치 딸 하나를 영영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인가, 비행기에 몸을 싣고 가는 내내 감정이 북받쳐 나도 모르게 자꾸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10여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에 몸은 피곤할 만도 하건만 육십을 바라보는 아빠의 가슴은 너를 만날 생각에 청춘처럼 설렌다. 이런 마음은 자식을 키워 혼기를 맞은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리라고 생각한다. 옆에 있는 엄마한테 졸장부 소리를 들을까봐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아비의 마음을 넌 짐작이나 할까?. 오래도록 보지 못해 자나 깨나 그리워하던 너를 머나먼 이국땅 스위스에서 상봉하자니 콧날이 시큰해지고, 이런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끈끈한 천륜이라는 거구나'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며 영화에서나 봤을 가슴 뜨거운 공항 피켓 세레모니까지 직접 해보니 감개가 무량하더구나.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이방인 사위를 맞이하여 스위스식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짧지만 며칠을 함께 보내며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너에게 원 없이 했구나. 부모 입장에서 격려와 충고는 물론이고 먼저 결혼해 긴 세월을 살아 본 결혼 선배가 이제 막 새 출발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법까지 당부하고서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랑하는 딸 현진아~.부모의 둥지를 떠나 너만의 보금자리를 만들려는 너의 도전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네 남편과 반듯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소통하며 서로 사랑하면 이 세상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고, 너희들이 바라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아빠는 확신한다. 지금까지 아빠가 조금이라도 걱정했던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그래서 믿음직한 우리 사위의 평생 반려자로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평생을 해로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내 딸이라는 걸 재차 확인시켜 줄 것이라고 말이야. 이제 아빠 엄마도 어느덧 세월이 흘러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갈 나이가 되었단다. 아빠도 앞으로 2년만 있으면 40년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단다. 돌아보면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무엇 하나 번듯하게 물려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래도 난 너희들이 특별히 부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립해 인생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당당함은 물려 주었다는 것에 그나마 다행이다.

서강덕 청주시 환경관리본부장

사랑하는 딸 현진아~ 너는 그 먼 곳으로 훌쩍 떠나는 것을 미안해하지만 네 남편과 서로 존중하며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우리한테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큰 효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모쪼록 다시 보는 그 날까지 새로운 가족이 된 로이와 앞으로의 인생을 멋지게 그림 그려보기를 바란다. 주어도, 주어도 부족한 자식 사랑이지만 늘 마음만은 너희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딸아~ 올 가을 10월 한국 전통혼례식 때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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