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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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와 외고 폐지 논란이 뜨겁다. 일부 시·도 교육감들도 폐지를 공언하고 나섰다. 사실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에도 외고 폐지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문제도 자사고와 외고 폐지관련 문제였다.

#진영 논리를 앞세운 정부책임 커

현재 우리나라의 고교 트랙은 크게 일반고, 자사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자사고는 지역형과 전국형으로 나뉜다. 여기에 공립 형태의 자율고도 곳곳에 지정되어 있다. 외국어, 과학, 예술분야 등 특정분야의 인재들을 발굴하여 교육시키기 위한 특수목적고도 존재한다. 과학고, 외국어고, 체육고, 예술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학교 중 유난히 논란이 되는 학교는 자사고와 외고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학교라는 점, '공교육을 붕괴'시키는 대표적인 학교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인식의 오류다. 뒤집어 생각하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사교육 유발문제'와 '일반고 황폐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오히려 1인당 사교육비로 보면 외고나 자사고보다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진학을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실제로 이들 학교진학을 위한 사교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과학고를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교육으로 관리하지 않던가. 예술영재나 체육영재들도 마찬가지다. 조기에 영재성을 발견하여 키운다. 이런 교육은 그 특성상 대부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유발 요인만으로 치면 외고나 자사고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공교육 붕괴문제는 어떤가. 외고나 자사고 때문에 붕괴되는가. 이문제도 그렇지 않다. 외고와 자사고가 폐지된다고 해서 공교육 붕괴와 하향평준화를 면할 수 있을까. 붕괴요인은 다른데 있다. 현재 비판받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은 전체 학생수의 2%정도에 불과하다. 선발제도의 제약으로 2000년대 초반 최전성기 때처럼 최상위 성적의 학생들도 아니다. 일정 이상의 성적이 되면 추첨에 의해 입학이 결정된다. 지역형 자사고의 경우 이마저도 거의 없어졌다. 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가 지닌 역사, 교풍 등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보고 선택하는 정도다.

그렇다면 공교육 붕괴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시 상상력을 발휘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학부모들이 황폐화시켰을까? 둘째, 주장처럼 자사고나 외고 때문에 일반고가 붕괴되었을까? 셋째, 월급쟁이로 전락한 교사들이? 넷째, 교육을 마음대로 흔들어댄 교육당국과 정부가 지금의 특정학교 폐지 논란은 사교육 유발문제, 특히 일반고 황폐화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더 이상 특정 학교 흔들지 말아야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근본적인 문제는 자사고나 외고의 문제가 아닌 대입의 문제이며 너도나도 모두가 대학을 보내고자 하는 우리사회의 사회문화적인 문제다. 막노동을 하더라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교육은 다양성 속에서 유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특정학교 폐지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이념과 진영논리가 투영되어 있다는 증거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문제는 2%의 다양성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집단적 르상티망'이자 정권차원의 논리다. 다양한 학교들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기르는 것이 교육적 목적에 더욱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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