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근식 청주시 도시개발과 산단재생팀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시장조사업체 닐슨은 몇 년 전 세계 60개 국 성인 3만 명에게 조사를 실시했다. "당신의 자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의사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8%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거꾸로 '남의 것을 빌려 쓸 의사가 있다'라는 대답도 66%로 비슷했다. 공유 경제란 '물건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이라는 의미로 2008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독점과 경쟁이 아니라 공유와 협동의 개념이다. 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고 만든 아나바다 운동이나 개인이나 기업이 기부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거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공익사업으로 설립된 아름다운 가게도 공유와 협동의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공유 경제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2008년은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은 당시였다. 물건을 소유한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값에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 경제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와는 대비된다. 이 개념은 타임지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쉽게 공유 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공유 플랫폼이 기업으로 급성장한 건 최근의 일이다. 공유 플랫폼 기업의 대명사는 미국의 우버(차량 공유)와 에어비앤비(숙박 공유)다. 이 두 기업은 이미 동종 업계 오프라인 1위 업체의 시장 가치를 넘어섰다. 2009년 3개 국에서 시작된 우버는 현재 70개 국으로 확대됐다. 공유 경제에 대한 미래학자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제러미 리프킨은 자본주의의 생산성 추구(기술적 혁신)가 극에 달하면 협력적 소비를 통해 모든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게 되며 이를 한계 비용 제로의 사회라고 말한다. 즉 사물인터넷(IoT)과 3D 프린터 등을 통해 자본에 의한 대량 생산이 아닌 사람에 의한 대중 생산, 즉 '협력적 공유 사회'로 진화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공유 경제가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기존 제도권과의 충돌이다. 우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개인택시를 위주로 한 우버 반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기존 제도권과의 충돌과 신산업에 대한 규제적 측면에서 공유 경제가 어떻게 뿌릴 내릴지에 대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공유 경제의 활성화 방안에 논의하고 있다. 합리적 소비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자체가 카 셰어링 업체와 계약해 사업을 진행하거나 낮에는 비어있는 거주민의 주차구역을 필요한 사람이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쓰는 방법, 비싼 육아용품을 공유하는 방식 등이다. 하지만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공유 경제에 대한 우리의 생산 활동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오근식 청주시 도시개발과 산단재생팀장

카 셰어링을 제외하면 우리 사회 전반에서 공유 플랫폼이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고 무엇보다 기존 제도권과의 충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영향이 큰 편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공유 경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협력과 공유의 측면에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크다. 경쟁과 독점에서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협력하는 시대로, 공유 경제가 앞으로의 미래사회에서 어떤 자리를 잡아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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