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생, 문수만, 이재경 작가 3人전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강호생, 문수만, 이재경 세 작가가 2015년 7월 22일 서울 인사동에서 개최한 창립전에 이어 2년만에 다시 뭉쳐 두번째 전시를 선보인다.

지난 21일 청주 운보미술관(관장 홍병학)에서 개막한 '프라트'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전시는 '근원적 생명의 강'을 뜻하는 'Prath-프라트'라는 이름으로 정리할 수 있다.

'Prath-프라트'는 성경 창세기의 에덴동산에서 발원해 동산을 적시고 갈라지는 네 근원의 강들인 비손, 기혼, 힛데겔, 유프라테스 (각각 부유, 은혜, 결실, 능력의 의미) 중에서 가장 큰 강 유프라테스의 히브리어 이름을 땄다. 강 작가는 이와 함께 예술을 충만하게 하는 'FULL ART-풀 아트'와도 발음이 유사해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부연 설명했다.

강호생, 문수만, 이재경 작가의 시각적 작업은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이 모임이 더 특이하고 더욱 등가적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 세 작가의 작업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뗄 수 없는 상보관계가 있음을 알게될 것이다.

세 작가의 공통성은 시각적 언어로 말하는 미술의 표상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전시의 주제, 곧 '보이지 않는 것'에 첫째 공통분모가 있다.

세 작가가 각각 표방하는 것인 생명과 근원, 그리고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 공통점은 '그림을 그렸다'라는 결과물에서가 아니라 결과물이 나오기 이전의 서로 차별성이 뚜렷한 특별한 제작의 제반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작품을 제작하다'로 시작해서 혼신의 숨결을 불어 넣는 '땀방울 그 자체인 제작'의 마지막까지 매 과정 속에 세 작가의 공통점이 담겨있다.

이재경 작가는 작업의 토대가 되는 캔버스가 기존의 사각 프레임에서 벗어남으로써 정형화된 미적 정의의 폐쇄성에 대한 반발을 도모한다. 직접 자르고, 깎고, 바르고, 붙이는 등의 수고를 통해 캔버스를 다각도로 변형하며 입체화하면서 무엇에도 고착되지 않는 자유를 모색한다. '중재자' 작품은 원통 작업을 위 아래를 막지 않고 뚫음으로써 신과 인간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성경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개념적 접근은 너무나도 간결하고 함축적이며 때론 웅장하기에 그 여운이 길다.

문수만 작가 역시 얻어진 결과물을 향한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 그 자체다. 무엇보다 수많은 실험과 반복을 통해 얻어낸 질료를 다루는 능숙함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제작 방식이 독자적이다. 문 작가 고유의 원형 캔버스는 관람객을 처음부터 압도하는 힘을 지녔으며 작품들 하나하나에 쏟아내는 정성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에서 출발한 숭고한 소산이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에서도 볼 수 있듯 '나비'가 등장하며 평면의 둥근 캔버스에 시간의 역사를 꼼짝없이 붙들어 매놓아 재현하고 있다.

강호생 작가의 작업은 언제나 그랬듯 수묵과 여백에 대한 유희이다. 그에게 여백은 버리고 비움으로써 채우는 정신적 유희의 공간이다. 또한 재료에 대한 물성의 연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축적해 왔다. 결과물이 나오기 이전의 계획과 제작과정이 매우 면밀하다는 점에서 앞의 두 작가의 작업과 다르지 않다.

그는 평면적인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입체적인 효과를 위해 물, 물감과 먹물 각각의 양과 무게를 전자저울로 계량하고 작업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세심하게 맞추면서 시간의 경영 안에서 스미고 번지는 물의 속성과 표정을 화면에 담아냈다. 연속적 재 탐구가 가져오는 강 작가만의 독특한 수묵처리는 간결미와 함께 신비함마저 엿보인다.

강 작가는 "앞으로는 우리 셋 뿐만 아니라 작가의 책임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후배들도 영입할 계획"이라며 "겉으로는 다르지만 내면의 작업세계의 동질성을 지닌 세 작가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관객을 압도하는 대작들이 많은 이번 전시는 9월 1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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