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현숙 청주시 성안동주민센터 행정민원팀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Because it is there)." 뉴질랜드 출신의 탐험가이자 등반가인 조지 말로리가 에베레스트 등반을 떠나기 전 에베레스트에 왜 오르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에베레스트의 등반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가 남긴 이 말은 지금에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산에 오를만한 충분한 동기를 부여 해준다.

우리나라 인구 중 한 달에 한번 이상 산에 오르는 인구가 1천500만 명에 달한다는 산림청의 통계도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점들이 그들이 산을 오르려는 이유와도 공통점이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휴식' 이다. 주말에 하루 정도 직장일과 도심을 벗어나 나무가 우거지고 계곡이 흐르는 등산로를 걷다보면 일상 속에서의 피로와 걱정들이 아주 작은 일들처럼 느껴진다. 안식처라고 얘기해도 좋을 만큼의 마음의 평온함이 생긴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도시의 삭막함과는 다른 조용함과 숲과 계곡이 주는 상쾌함은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이유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을 올라 갈수록 괜히 올랐나 싶은 생각이 정상까지 가는 내내 들 정도로 숨이 차고 힘이 든다. 숨이 거칠어지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진다. 그냥 주저앉아 내려가고 싶다. 그럴 땐 나 자신의 꾸미지 않은 본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 힘든 시간이 지나면 문득 그 동안 지나왔던 일들과 고민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고민들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평소에 부정적이게 생각했던 일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가끔씩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산행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한걸음씩 꾸준히 가다보면 목표한 곳에 도달하지만 정상에 한없이 머물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산에 오르는 마지막 이유는 '성취감'이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산 밑의 경치를 보면 올라오는 동안의 힘든 과정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다. 오르기 전 밑에서 정상을 봤을 때는 내가 과연 저기를 오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한걸음씩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와 있는 나를 볼 수 있다. 물론 '고도가 아닌 태도'라는 말처럼 무작정 정상 등정만을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다. 등산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 또한 크기 때문이다.

이현숙 청주시 성안동주민센터 행정민원팀장

등산을 다닌 지 여러 해가 지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산을 가 본 것도 아니지만 지금 등산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은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늘 그렇듯 한 동안은 그 즐거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지 않는가. 그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어차피 내려올 산인데 왜 힘들게 산에 왜 오르는지 묻는 사람에게 오히려 되묻고 싶다. 왜 아직도 오르지 않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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