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최악의 수해 중 해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었던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도의원(음성1)이 25일 충북도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고개 숙여 거듭 사죄하고 있다./김용수

충북도의회가 엿새째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음성1)의 사퇴서도 처리하지 않는 등 여전히 도민정서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김양희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이 수해 속 유럽으로 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의 '물난리 외유' 논란이 불거진 지 엿새 만에 공식 사과했으나 바뀐 것은 전혀 없다. 대표적으로 유럽연수에 참가한 최병윤 의원이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지난 25일 의원직 사퇴서를 전격 제출했으나 아직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의장이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은 공식사과 발표장에서 "언제든 도민만을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도민 앞에서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도의회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이번기회에 도의회를 혁신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지만 말뿐이다. 최 의원의 사퇴서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물론 김 의장이 최 의원 사퇴서를 바로 처리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할 것이다. 의원직이나 상임위원장 사임의 경우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고 비회기에는 의장의 결재로 이뤄진다. 김 의장은 "의원직 사퇴는 사안이 중대한 데다 전례도 없기 때문에 수리 여부를 의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겠다. 현재는 구체적으로 시기를 못 박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충북도의회가 환골탈태 할 것이라고 믿는 도민들은 없을 것이다. 당사자가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히고 사퇴서를 제출했으면 당연히 수리해야 한다. 혹시라도 의원들과 논의해 반려할 생각이 털끝만치라도 있다면 충북도의회는 '사퇴쇼'한다며 거센 역풍을 받을 것이다.

도의회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한 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소위 '미친개 사살' 발언을 한 김학철 의원(충주 1)과 공무원과 언쟁을 벌이다가 맥주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은 박한범 의원(옥천 1)을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에 징계할 것처럼 요란을 떨다가 도민들 뇌리에 사라지자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도의회가 윤리특위에서 이들 의원들에 대해 징계를 했다면 '국민을 쥐떼'로 비유한 김학철 의원의 '레밍'발언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당연히 충북도의회가 부끄러운 일로 전국적인 조명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유야무야로 끝난 도의회 윤리특위 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사퇴서도 여론이 잠잠해 질 때까지 시간 끌기에 나선다면 충북도의회가 혁신되고 성숙해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 의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정치공학적인 접근을 하거나 여야의원들 눈치 보며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사퇴서를 수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충북도의회 여야 정당이 내년 지방선거때 도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정치쇄신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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