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번뇌 비움과 깨달음 고스란히

늙은 나룻배 한 척/ 달달 떠는 달 하나 싣고/ 밤새 삐그덕거렸다// 무수한 비늘이 치켜세운/ 지독한 그리움/ 날카로운 창끝이 되어/ 그 달을 사정없이 찌르고// 그 밤/ 그 달은/ 하얗게 죽어서/ 새벽강 깊이 떠내려갔다 ― '슬픈 새벽강' 전문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이윤경(64) 시인의 두번째 시집 '눈부신 고독'(도서출판 애지)은 여전히 아프다. 그렇지만 그 아픔과 번뇌 그 속에서 비움과 깨달음의 서정이 녹아있다.

지난 2006년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남편을 기리며 쓴 시를 묶어 발간한 이 시인의 첫 시집 '빈터' 이후 11년만에 두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지아비를 잃고 온통 그리움에 젖어 내려놓은 시간, 기나긴 세월을 건너온 순정한 언어들이 도처에 서성거린다. 그야말로 '먼 동이 트면/ 휘어진 등뼈에 굵은 줄기 하나 세우려고/ 숨소리 가빠지는/ 노송 한 그루'로 그려낸 눈부신 고독이다.

소종민 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생의 시련으로 흔들려 온 자기 본성을 튼튼하게 붙드는 과업의 중간 결산"이라며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견딘 만큼 서러움의 그늘은 없어지고 무거워졌다"고 평했다.

안상학 시인은 "죽음 같은 어둠의 삶을 정면으로 관통하는 과정에서 실낱같은 삶의 기미들, 알갱이 같은 빛 조각들을 만나고 찾아가는 이번 시집, 그리하여 검은 딱지를 뜯어낸 자리에 돋는 '분홍'을 노래하는 시인의 언어가 향기롭게 번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히며 "지아비를 잃은 여인이 지아비를 그리듯이 환치시켜내는 시가 아름답다"고 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모두 47개의 시를 품고 있다. 비통과 참담을 넘어서고 결핍과 부재를 채우고 바꾸는 정서를 가득 담고 말이다.

이윤경 시인

이 시인은 "내 삶 중심에 다소곳이 있어준 시의 덕으로 나의 고독은 눈부셨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번 시에 대한 애정과 더욱 단단해진 삶을 대변하고 있다.

이 시인은 1954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청화산을 휘감아 부는 푸른 바람으로 시심을 키웠다. 1996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빈터'를 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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