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진산 출신 한갑득·한상수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고 한갑득 향토사학자와 한상수 대전대 명예교수 부자(父子)가 해방 후 물밀듯 밀려오는 외국어와 신종언어 속에서 순수한 우리말 보존을 위해 '진산언어박물관'(웃는나무)을 출간했다.

충남 진산 출신인 이들 부자는 1945년부터 1958년까지 해방공간에 통용됐던 언어를 대를 이어 36년간 틈틈이 채집한 것으로 진산지방의 일상용어와 속담, 수수께끼 등 7천여개의 항목을 수록했다.

그중 일상용어는 모두 6천663개로 이 가운데 1천851개 단어는 국어사전에 수록되지 않았다.

김정아 대전대 국문과 교수는 "1950년대 우리말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라며 "일제강점기를 지나 때묻지 않은 우리말에서 조상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신헌재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도 "국어사전에 오르지 못한 1천851개의 단어는 사라져 가는 보믈을 찾은 것"이라고 평했다.

일상용어 외에도 진산지역의 역사와 시대배경을 알 수 있도록 언어의 유래와 해설, 구전민요와 당시 유행가, 전설, 풍속, 그리고 당시 사용하던 영어와 일본어 등의 언어도 함께 실었다.

한상수 명예교수는 "이와 같이 현지 주민이 1950년대라는 일정한 기간, 그리고 진산이라는 일정 지역에 살면서 현지 주민이 사용하는 언어를 부자가 2대에 걸쳐 채집해 책을 발간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진산은 작은 산촌이지만 역사적으로 993년간 군청소재지인데다 충남과 전북의 경계에 있는 지역으로 교통의 요지로 인구이동이 많았고 삼국시대부터 임진왜란, 6·25 등 전쟁이 있을때마다 격전지여서 인구이동이 심해 산촌이지만 집성촌이 없는 특징이 있다"며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영목 충남대 명예교수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36년동안이나 자기 고향의 언어를 이렇게 완벽하게 채집한 것은 지금까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극찬했다.

김현정 세명대 국문과 교수도 "이 책에 실린 1950년대의 풍경과 생활, 풍속, 일상용어, 구비전승, 욕설 등은 문예창작에 귀한 자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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