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무더위로 인한 신기루 현상 / 중부매일 DB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장마도 잦았다. 지난달 16일 하루 2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청주를 비롯한 괴산, 천안 등 충청권에서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90㎜이라는 말 그대로 '물 폭탄'이 쏟아진 청주에서는 무심천 수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차량이 물에 잠기고 도로 곳곳이 통제되기도 했으며 휴일 나들이객들의 구조요청도 빗발쳤다. 특히 평일이나 낮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찜통더위인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밤이나 혹은 일부 지역에 한정된 장맛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과거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올해의 장마는 뚜렷한 특징이 내재돼 있다. 평년보다 늦게 시작됐다고 해서 '지각장마'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낮보다 밤에 집중되고 있다고 해서 '야행성 장마'라고도 불린다.

그 중 야행성 장마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다면 올해 유독 이렇게 야행성 장마가 잦은 것일까? 그 원인은 낮에 강한 열로 인해 대기가 많이 가열되대가 대기가 가열되면 공기는 가벼워지면서 공기 중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기 중에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수증기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적어진다.

그러나 그러나 밤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기의 열이 식으면서 공기는 식어버리고 가라앉게 된다. 자연스럽게 대기 중은 수증기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 여기에 구름이 강하게 발달이 되는 현상까지 더해지는데 구름의 윗부분이 빠르게 식어버리면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공기 온도차가 많아지고, 이런 현상이 가장 강할 수 있는 밤 시간대에 장맛비가 발달하게 된다. 이러한 기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점차 밤에 비가 쏟아지고 아침에 맑아지는 형태의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장마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올해는 폭우와 폭염이 혼재하면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잇따랐다. 또한 굵고 짧게 내리면서도 국지성 장마호우의 특징도 나타나고 있어, 비로 인한 피해가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양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는 점차 높아지고 한반도의 기온 역시 변화되면서 기존과 다른 양상의 자연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장마의 양상이 예측불허인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기후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기상청은 지난 6월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7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부장

특히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북 등을 포함한 중부지방의 7월 강수량은 전망과 달리 평년보다 더 많았다. 서울의 경우 7월 강수량은 621㎜로 평년값인 394.7㎜를 훌쩍 뛰어넘었다. 충주에는 7월 한 달 동안 464.3㎜의 비가 내리며 평년(293.5㎜)보다 많은 비가 내렸고, 원주도 7월 강수량 505.6㎜를 기록하며 평년(242.8㎜)의 두 배를 넘겼다. 중부지방에 거주하는 경우엔 비가 너무 많이 왔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앞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건 급작스레 바뀐 대기 상황 때문이다. 합쳐진 고기압은 대부분 중부지방에 머물렀다.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쪽으로 수축하거나 북상할 때 올라가고 내려가는데 중국 쪽에서 온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중부지방에는 시간당 30~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해 적절한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예보의 질을 높이고, 기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도입해 안전도시 만들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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